[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경기 여주시 한 하천에서 발견된 새끼 악어의 정체가 국제멸종위기종 1급인 ‘샴악어’로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누군가 허가를 받아 반입한 뒤 유기했거나 밀반입됐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소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지난 18일 오전 11시 27분께 “애완용 악어 같은 동물이 있다”는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약 30분 만에 몸길이 50㎝가량의 악어 한 마리를 포획했다.
여주시는 이틀 뒤인 20일 해당 개체를 인계받아 민간 위탁 중인 동물보호센터에서 임시 보호하도록 한 뒤 국립생물자원관에 종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사진과 영상 자료를 동물도감 등과 비교·분석한 결과 해당 개체가 샴악어라고 판단해 지난 21일 여주시에 결과를 통보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이빨, 눈가 주름, 목뒤 비늘 등을 동물도감과 비교한 결과 여주에서 발견된 악어가 샴악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뼈 나이 등을 정밀 분석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몸길이로만 판단할 경우 이 악어는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샴악어는 성체가 보통 3~4m까지 자라는 종으로, 과거 태국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널리 분포했다. 그러나 가죽을 얻기 위한 밀렵과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야생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현재는 세계적으로 번식 가능한 개체가 거의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샴악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국제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학술 연구 등 제한적인 목적을 제외하고는 포획과 거래, 소유가 금지된다.
다만 CITES 사무국에 등록된 시설에서 번식한 개체는 관련 허가를 받을 경우 상업적 거래가 가능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샴악어는 누군가 이같이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태어난 개체를 허가받아 구입해 애완용으로 키우다가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밀반입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도 이전 소유자를 찾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여주경찰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뒤 인근 CCTV를 분석하고 있으며, 발견 장소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 악어류를 야생동물로 등록한 이력이 있는 주민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 중이다.
경찰은 소유자가 확인될 경우 동물보호법상 유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합법적으로 들여온 개체인지 여부와 밀반입 가능성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악어를 임시 보호 중인 여주시 동물보호센터는 지난 20일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주인을 찾는 공고를 올렸다. 당시에는 종을 ‘안경카이만 악어’로 기재했지만,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의 분석 결과 샴악어로 확인됐다.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악어에 대해 자세히 몰라 개체 종은 일단 ‘안경카이만 악어’로 올렸으나 국립생물자원관이 분석한 ‘샴악어’가 맞을 것”이라며 “만약 오는 30일까지인 공고 기간 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악어는 국제멸종위기종인 만큼 국립생태원 등 관련 기관으로 인계해 보호 조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멸종위기종이 개인 사육 과정에서 유기될 경우 국내 생태계 교란은 물론 불법 거래와 밀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희귀 야생동물의 수입과 사육, 유통 전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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