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국민제안 5건 중 2건, 주택금융 관련

총량 등 대출규제 완화해달라 압도적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서상혁 기자]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토론의 장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거세게 분출됐다.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지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금융당국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주택금융 관련 규제 완화가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이날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주택금융 분야 사전 의견수렴 결과를 ▷대출 총량관리 ▷청년·실수요자 대출규제 ▷이주비대출 관리방향 ▷전세대출 관리방향 등 4가지 축으로 나눠 발표했다. 이 차관은 각 사안에 대해 ‘완화’와 ‘유지’의 대립된 의견이 도출됐다고 전했다. 대출 총량관리의 경우 한시적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주장과 주택시장 안정 및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섰다는 게 대표적이다.

다만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현장 토론회의 찬반 양론과 달리 온라인으로 전달된 국민 목소리는 압도적으로 ‘규제 완화’에 집중돼 있었다.

실제 이 차관도 온라인상으로는 대출 총량관리, 이주비대출에 대해선 완화 의견이,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전세대출 공급에 대해선 확대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지난 14일부터 열흘간 정책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국민 의견이 주택금융 분야에 집중됐다는 것도 국민이 느끼는 부동산 문제 중 대출 규제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총 5446건의 부동산 정책 제안 중 43.8%인 2386건이 주택금융 관련 제안으로 집계됐다.

주된 목소리는 무주택 실수요자와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였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이들이 엄격한 규제의 벽에 막혀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절박한 호소가 주를 이뤘다.

이모 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5억원 미만인 신혼집을 계약했는데도 대출 규제로 인해 돈을 못 구하고 있다”고 토로했고 박모 씨는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대출 총량 규제로 협약은행의 상담 접수가 조기 마감되면서 신용대출을 알아보거나 가족과 지인에게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부동산 계약과 대출 실행의 시차를 고려해 규제 사전 알림을 의무화하거나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모 씨는 “정책 변경으로 대출이 막힌 경우에는 공공보증이나 한시적 정책금융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연달아 높이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된 여파다. 주요 은행은 자체적으로 대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KB국민은행의 경우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일괄 제한하고 IBK기업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공급을 전격 중단하는 등 그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의 창구가 사실상 막혀버리는 셈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민심에 금융위원회 안팎에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율해야 하는 당국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를 선뜻 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을 선언한 입장에서는 그간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일단 당국은 현재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5일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했을 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고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와 상충되느냐 아니냐도 봐야 한다”면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민적 요구가 빗발친 만큼 당국 역시 민심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 일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미세조정이나 핀셋 완화책이 마련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계대출 관련 추가 규제 도입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간 금융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추가로 확대하거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실수요자의 자금난 호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를 강행할 경우 자금 압박을 받는 차주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문가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문가 발제를 듣고 있다. [연합]

이날 토론회에선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주택금융 시스템 재점검’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일부 규제 합리화는 필요하나 금융규제의 강화 효과인 주택시장 안정보다 완화 효과인 주택시장 불안이 폭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김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금융위가 주재한 주제별 토론회에 이어 이날도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고액 주담대를 받는 차주나 고위험 대출에 대해 별도의 부담금을 부과해 실수요자의 대출 기회를 일률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대출 확대를 억제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제한된 자원인 대출 자원을 특정 차주가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가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라며 “하나의 규제로 모든 것을 필요할 수 없는 만큼 기존 양적 규제를 보완하는 규제를 도입해 질적 관리 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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