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번째 순방 동행

24일 젠슨 황 회동 후 합류

북미 매출, 현대차 전체 매출의 45%

美 상반기 92만383대 ‘역대 최대’

관세 부담 3조4150억원 추정

브라질 판매, 상반기 15%↑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5년 11월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CEO, 정의선 회장 [연합]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5년 11월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CEO, 정의선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과 브라질을 찾는다. 미국의 관세 부담과 브라질의 중국차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두 핵심 시장의 생산·판매 전략을 직접 챙기고, ‘생산 현지화’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22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은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브라질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다. 정 회장이 올해 대통령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 1월 중국, 4월 인도·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다.

첫 일정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이 대통령은 24~2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수장들과 잇달아 만난다. 정 회장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해 국내외 기업 간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황 CEO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을 미국판 ‘깐부 회동’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어 정 회장도 관련 사업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AI 투자 및 글로벌 협력 구상을 담은 ‘샌프란 AI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일정을 마친 정 회장은 26~29일 브라질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해 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 방안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칠레·아르헨티나와 독일 순방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2025~2028년 4년 간 미국 투자 계획
현대차그룹, 2025~2028년 4년 간 미국 투자 계획

최대 시장 미국, 관세 부담에 현지화 속도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시장이면서 현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진출 40주년을 맞았다. 1986년 엑셀을 처음 수출한 이후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부품·물류·금융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현대차가 북미에서 올린 매출은 83조4448억원으로 전년 77조308억원보다 8.3% 증가했다. 전체 매출 186조254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0%에서 44.8%로 높아졌다. 북미 매출은 아시아와 유럽, 기타 해외지역을 모두 더한 47조5116억원의 1.8배에 달한다.

올해도 판매 흐름은 견조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총 92만38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증가에 맞춰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90억달러를 투입해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미국 내 연간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하고,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의 생산시설도 보강한다.

현대차그룹 상반기 미국 판매 실적
현대차그룹 상반기 미국 판매 실적

또 60억달러를 부품·물류·철강 현지화에 투입한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할 계획이다. 나머지 60억달러는 자율주행과 로봇, 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전기차 충전 등 미래사업과 에너지 인프라에 투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직간접적으로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적인 판매에도 관세 리스크는 부담 요인이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는 현재 15%의 자동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누렸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진 만큼 미국에서 판매가 늘어날수록 관세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글로벌 관세 종료 이후 추가 관세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자동차 관세가 기존 15%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한미 협상도 이번 방미의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2025년 미국 주요 완성차 생산 및 판매량
2025년 미국 주요 완성차 생산 및 판매량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 관세로 총 3조415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한다. 현대차가 1조8220억원, 기아가 1조593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현대차·기아가 밝힌 올해 1분기 관세 부담만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브라질 전략 차종 ‘HB20’.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브라질 전략 차종 ‘HB20’. [현대차 제공]

상반기 브라질 판매 14.5% 늘었지만 BYD에 4위 내줘

브라질은 현대차그룹의 남미 전략을 가늠할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만나 현지 사업 확대와 첨단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24년에도 룰라 대통령을 만나 2032년까지 브라질에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에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그린수소 기술 등이 포함됐다.

이번 순방에서는 11억달러 투자 계획의 이행 상황을 공유하고, 친환경차 현지 생산 확대와 부품 공급망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브라질 자동차제조업체협회(안파베아)는 이달 초 올해 자동차 판매 전망치를 300만대 이상으로 상향했다. 지난해보다 11.7% 증가한 규모로, 전망이 현실화하면 브라질 자동차 판매는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대를 넘어선다.

2026년 상반기 브라질 승용차 판매 순위
2026년 상반기 브라질 승용차 판매 순위

현대차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브라질 승용차 판매량은 9만6643대로 전년 동기보다 14.5% 늘었다. 다만 시장 전체 승용차 판매가 23.7% 증가하면서 현대차 점유율은 9.6%에서 8.9%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현대차 판매는 현지 전략 차종 3종에 집중돼 있다. 소형 해치백 HB20이 3만8930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크레타가 3만5925대, 소형 세단 HB20S가 2만588대 판매됐다.

현대자동차 브라질 피라시카바 공장.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브라질 피라시카바 공장. [현대차 제공]

현대차, 브라질서 현지 생산체제 효과 톡톡

현대차가 수입차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현지 생산체제가 있다. 현대차는 1992년 브라질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2012년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 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18만대로, HB20과 크레타 등 현지 전략 차종을 생산한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올해 상반기 판매실적은 10만4228대로 전년 동기보다 8.0% 늘었다. 수출은 21.9% 감소한 6869대에 그쳤지만, 브라질 내수 판매가 11.0% 증가한 9만7359대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차 브라질 피라시카바 공장 현황
현대차 브라질 피라시카바 공장 현황

기아, 타스만 출시 앞두고 현지 생산 고심

반면 기아는 브라질에서 뚜렷한 생산거점을 갖추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브라질 판매량은 소형 상용차 K2500과 카니발 등을 합쳐 약 2200대에 머물렀다. 현대차가 10만대에 가까운 승용차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 내 입지 차이가 크다.

기아는 내달 17일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브라질에 출시하며 반전을 노린다. 브라질은 토요타 하이럭스와 포드 레인저, 쉐보레 S10 등이 경쟁하는 중형 픽업의 핵심 시장이다.

현지에서는 기아가 30년 넘게 이어온 수입·판매 체계를 재편하고 직접 사업에 나서는 방안과 함께 현지 생산시설 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