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수출 6936억달러…전년比 53%↑

남은 4개월 월평균 767억달러면 1조달러

반도체 171.7%↑…비반도체도 18% 증가

아세안·인도·중남미 등 신흥시장도 확대

코트라 양재 사옥 전경 [코트라 제공]
코트라 양재 사옥 전경 [코트라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조달러 고지에 도전한다.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지 62년 만에 수출 규모가 1만배로 커지는 셈이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화장품과 바이오헬스, 농식품 등 비반도체 품목과 신흥시장으로 수출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8일 발간한 ‘무역대국 사례와 비교한 한국 수출 동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1조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은 693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남은 4개월 동안 월평균 767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면 연간 1조달러를 넘을 수 있다.

최근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 8월 한 달 수출은 983억달러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71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8.3% 증가했다. 연말 수요까지 감안하면 월간 수출 100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출 1조달러는 상징성도 크다. 현재 연간 수출이 1조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중국과 미국, 독일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 규모는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권이다.

한국은 1964년 처음으로 연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1971년 10억달러, 1977년 100억달러, 1995년 1000억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2011년 5000억달러,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1조달러에 도달하면 62년 만에 수출 규모가 1만배로 불어나게 된다.

올해 수출 상승세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1~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71.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까지 높아졌다.

컴퓨터·SSD 수출도 302.4% 급증했고 전력기기는 5.4%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 확대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및 전력산업 수출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에만 의존한 성장도 아니었다. 1~8월 비반도체 품목 수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늘었다.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영향을 받은 석유제품은 42.4% 증가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에 힘입어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은 13.3% 늘었다. 조선은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11.3%, 스마트폰은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32.2% 증가했다.

K-소비재도 가세했다. 화장품 수출은 31.2% 늘었고 농식품은 7.0%, 바이오헬스는 14.5%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수출 지역도 기존 중국·미국 중심에서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1~8월 아세안 수출은 58.8%, 인도는 30.9%, 중남미는 24.3% 각각 증가했다.

장기적으로도 중국 의존도는 낮아지는 흐름이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6.0%에서 지난해 18.4%로 줄었다. 반면 아세안 비중은 같은 기간 14.2%에서 17.3%로 확대됐다.

코트라는 수출 1조달러 달성 이후에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뿐 아니라 수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특정 국가와 품목, 일부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소비재·전력기기·바이오헬스·방산·원전 등으로 수출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도 과제로 꼽았다. 생산과 설계, 공급망 등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차세대 산업을 새로운 수출 먹거리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한 공급망 안정화 역시 중요하다. 미국의 관세 조치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자국 중심의 통상정책이 확대되는 만큼 핵심광물과 소재·부품·장비 등 경제안보 품목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수출 1조 달러 달성은 대한민국 수출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며 양적 성장뿐 아니라 수출 다변화, 공급망 안정화 등 질적 성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