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성희롱·2차 가해로 ‘강등 처분’
“성희롱 아니다” 불복 소송서 승소
법원 “성적 굴욕감 일으키는 내용 아냐”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여자는 예쁜 게 장땡”, “몸매 죽인다”는 등의 발언을 해 성희롱 등으로 강등된 공무원이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해당 발언이 저속할 순 있어도 성적 굴욕감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4부(부장 임수연)는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 A씨가 “강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10일 A씨 승소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경기도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8월, 징계위원회에서 강등 처분을 받았다. A씨가 같은 해 1월께 총 5차례에 걸쳐 갑질·성희롱·2차 가해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직원 B씨에게 “기간제(직원)가 여길 왜 와? 돈 축내려 왔냐?”라고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광장에서 열린 스케이트 공연을 보며) 와 쟤네 스케이트 하는 거 봤어? 몸매 죽여”라고 하고, 직원 C씨와 식사하면서 “여자는 예쁜 게 장땡이야, 예쁜 게 최고야, 다 필요 없어, 공부건 뭐건 여자는 예쁜 게 장땡이야, 얼굴 예쁜 거 그게 더 중요해요”라고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아울러 워크숍 기간 중 회식 자리에서 “돼지 같은 X아, 너 같은 건 줘도 안 만나”라고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후 A씨는 자신의 발언들이 문제가 되자 “기억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과 만나게 해달라고 반복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등 처분을 받자 A씨는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2월, 법원에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성희롱을 한 게 아니다”라며 “일상 속의 대화이거나 근무시간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성실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A씨의 5가지 행위 중 3가지는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몸매가 죽인다”는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실제로 해당 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몸매가 죽인다”, “여자는 예쁜 게 장땡이다” 등의 발언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했고, 피해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반복 요구한 건 2차 가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에 대한 외모를 평가한 해당 발언은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경박하고 저속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들은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징계위에서 2차 가해행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발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주변 사람의 진술을 통해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방어권 행사를 위해 충분히 용인 가능한 범위 내의 행위”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기간제가 여길 왜 왔냐”라고 한 것, “돼지 같은 X”이라고 한 것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인격, 자존감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비위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당시 A씨가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과실의 정도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며 “강등이라는 중징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재직기간 성실히 근무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동료들 역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경기도청에서 지난달 24일 항소해 2심이 수원고법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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