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아프리카 토고 출장길. 현지에서 만난 안내요원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반색하며 행사장으로 향하는 내내 한국 드라마와 K-팝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한국 화장품과 음식에 관한 관심을 나타내며 먼저 다가오는 현지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곳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걸쳐 친한(親韓)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움을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경제 지표 속 현실은 현장의 체감 온도와 차이가 크다. 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이러한 괴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보의 부재가 꼽힌다. 한국무역협회가 아프리카 시장 진출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정보 부족을 현지 진출의 주요 장애물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미지의 땅으로 남기기엔 너무나 중요한 시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를 바탕으로 소비 시장이 급성장 중이며, 핵심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14억 시장을 묶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출범으로 단일 경제권으로서의 매력도 커졌다.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곧 우리의 우수한 기술과 자본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시적 성과를 발현할 전략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아프리카를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지 않고, 각국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협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략의 중심에는 상생을 중시하는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과 끈끈한 유대를 뜻하는 우리의 ‘정(情)’ 문화가 자리해야 한다.
첫째, 자원 부국들에 대한 ‘맞춤형 인프라 패키지 진출’이다. 원자재 수출을 넘어 자국 내 산업화를 원하는 니즈를 공략해야 한다. 광물 가공과 관련해 핵심 인프라 구축, 정련·가공 기술 지원 등 아프리카의 산업 발전과 한국의 공급망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윈윈(Win-Win) 파트너십의 모색이 필요하다.
둘째, ‘역내 생산 및 물류 거점화’ 전략이다. AfCFTA 출범으로 낮아지고 있는 역내 무역 장벽을 활용해 주요 관문 국가에 생산·조립 및 물류 기지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아프리카 역내 가치사슬의 핵심 일원으로 동참해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셋째, ‘소비재 수출 확대’다. 현지에서 높아진 한국의 인지도를 지렛대 삼아 뷰티, 식품, IT 기기 등 소비재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우리의 제품과 문화가 현지인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상생과 교류를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다방면의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무역협회도 요하네스버그에 사무소를 개소하고 AfCFTA 사무국과 공동으로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양측 비즈니스의 가교 구실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의 우분투 철학은 한국의 정(情)과 맞닿아 있다. 민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이 두 가치가 비즈니스 무대에서 만난다면, 희망의 대륙 아프리카는 머지않아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춤추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송효규 한국무역협회 요하네스버그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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