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영세기업일수록 경영 공백 우려 더 커
“임금근로자 중심 지원 한계…맞춤형 안전망 마련해야”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여성기업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으로 인해 일과 생활의 균형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 곧바로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는 만큼 현행 지원제도를 여성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부설 여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성 기업인의 일·생활균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여성기업확인서를 발급받은 여성기업 645개 사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진행됐다.
조사 결과 여성 기업인의 88.5%는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으로 일·생활 균형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1인 기업은 91.7%, 연매출 3억원 미만 기업은 91.4%가 부담을 호소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돌봄 부담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돌봄 경험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로 이어졌다는 응답도 55.8%에 달했다.
여성 기업인이 남성 기업인 것보다 일·생활 균형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가족 돌봄 역할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6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녀 육아 부담’(54.6%)이 뒤를 이었다.
돌봄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도 달랐다. 임신·출산 과정에서는 ‘대표자 부재로 인한 사업 운영 차질’(24.3%)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고, 필요한 지원으로는 ‘경영 공백 대응 단기 보조 인력 지원’(23.6%)이 가장 많았다.
육아 과정에서는 자녀의 질병이나 휴원·휴교 등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돌봄 공백(36.5%)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조사됐으며, 아이 돌봄·보육 서비스 이용비 지원(19.3%)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부모 등 가족 돌봄에서는 병원 진료와 검사, 입원·재활치료 동행(38.0%)이 가장 큰 부담으로 나타났고, 병원 진료·검사 동행 도우미 지원(26.0%)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혔다.
정책 지원 확대에 대한 요구도 컸다. 응답자의 97.1%는 여성 기업인을 위한 일·생활 균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여성 기업인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지원체계 마련과 기업 규모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 돌봄 유형별 정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성 기업인이 일반 직장인과 달리 대표자 본인이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돌봄 부담이 곧바로 사업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직원이 없는 1인 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의 경우 대표의 공백을 대체할 인력이 부족해 임신·출산과 육아가 생계와 경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경제연구소는 “현재 일·생활 균형 지원제도는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여성 기업인은 임신·출산과 육아, 가족 돌봄 상황에서 사실상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라며 “여성 기업인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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