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세·원산지 규제 대응 잰걸음

배터리·부품까지 현지 공급망 구축

“로봇 산업까지 영향력 확대…장기 대응 필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BYD의 차량 발표 행사장에서 ‘BYD 돌핀 서프’ 가 주차돼 있다. [로이터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BYD의 차량 발표 행사장에서 ‘BYD 돌핀 서프’ 가 주차돼 있다. [로이터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통상 장벽을 피해 해외 생산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공장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핵심 부품 기업까지 동반 진출하며 현지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동차를 넘어 로봇 등 미래산업 공급망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2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완성차·부품 해외 생산거점 확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현지 생산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수출을 확대하자 주요국에서 관세, 보조금, 원산지 요건 등 통상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 승용차 수출은 2021년 133만대에서 2025년 574만대로 4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5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66.8% 늘어난 337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 판매는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리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차량들. [지리자동차그룹 제공]
지리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중인 차량들. [지리자동차그룹 제공]

주요국들은 중국산 자동차를 견제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소 가격 약정 도입을 추진 중이며, 산업가속화법(IAA)을 통해 공공 조달과 보조금 지급에서도 EU산을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관세를 단계적으로 35%까지 높이는 한편 현지 생산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태국 역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현지 생산을 의무화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기업 인수, 생산 기지 구축 등을 통해 현지 생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15개 이상의 중국 자동차 및 부품 업체가 15개 이상의 해외 프로젝트를 공개했으며, 투자 규모는 총 700억위안(약 15조3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생산 거점도 기존 태국·브라질 등 신흥국 중심에서 헝가리와 스페인 등 유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YD는 태국과 브라질, 헝가리,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거나 건설 중이며, 최근에는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유휴 공장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지리는 스페인 포드 공장 차체 조립라인 인수를 추진 중이고, 체리는 닛산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장 인수와 베트남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샤오펑 역시 유럽 내 폭스바겐 공장 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등 현지 생산 확대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사리에 위치한 BYD 생산 기지 단지에서 한 작업자가 기계 팔을 조작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브라질 바이아주 카마사리에 위치한 BYD 생산 기지 단지에서 한 작업자가 기계 팔을 조작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완성차와 함께 배터리와 브레이크, 라이다, 타이어 등 부품 업체들도 동반 진출하고 있다. 특히 모로코는 EU와의 지리적 접근성과 자유무역협정(FTA), 저렴한 생산비를 앞세워 중국 배터리·부품 기업들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지 생산에 따라 가격 경쟁력 역시 강화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BYD ‘아토3’ 가격이 현지 생산 이후 약 110만바트(5130만원)에서 63만바트(2943만원)으로 낮아졌고, 브라질에서는 BYD 주요 차종 가격이 10~14% 인하됐다. 인도네시아에서도 MG4 EV 가격이 약 6억9000만루피아(5700만원)에서 4억3000만루피아(3500만원)으로 떨어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번 흐름이 자동차 산업을 넘어 미래산업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는 로봇 등의 산업과 기술·공급망을 공유하는 만큼, 미래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중국계 기업의 해외 생산 거점 확대에 대한 전략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중국이 배터리와 부품, 완성차를 묶은 공급망을 해외로 이식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국내 역시 해외 생산구조와 기술 수준, 금융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쟁·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