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내건 ‘3·4·5 경제 대도약’ 비전을 선포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0%로 대폭 높여 잡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14일 발표하면서 동시에 중장기 경제성장 슬로건을 내건 것이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으로 잡은 질적 성장의 모멘텀을 살려 2026년을 담대한 도전에 나서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2021년(4.7%·코로나19 기저 효과 작용) 이후 최고치인 3%로 전망했다. 작년 성장률(1.1%)의 거의 3배고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은행의 최근 전망(2.6%)보다도 0.4%포인트 높은 전망치다. 물가를 반영한 명목성장률은 반도체 수출 가격 급등에 따라 12.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6년(12.3%) 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약 3만7000달러였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4만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신기록을 양산하고 있는 수출 실적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수출이 1조달러에 도달하는 신기원을 열며 29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작년(1231억달러)의 2.4배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2.2%로 내다봤다. 2000억달러대 경상수지 흑자 행진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다.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이라는 세 축이 장기간에 걸쳐 개선돼야 높아진다. 국내외 대부분의 기관이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 중반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3% 달성은 도전적 목표다. 정부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자본 투입을 유도하고, 그 효과로 생산성을 높여간다면 3%를 향해 갈 수 있다. 미국도 2000년 전후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킨 바 있다.

문제는 반도체의 온기가 고용과 내수 전반으로 충분히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도 취업자 증가폭은 기존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춘 것은 ‘고용없는 성장’을 반증한다. 반도체 외끌이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과 내수, IT와 비IT,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 호황이 꺾이면 ‘3·4·5 비전’의 토대가 무너지는 구조로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반도체 1극체제를 극복하려면 규제혁파, 노동 시장 유연화, 산업구조 고도화 등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과제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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