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확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투자해 만드는 반도체 팹(fab·공장) 4기를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짓기로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그야말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며 부지 선정, 전력·용수 선제 확보, 인허가 병행 추진을 주문했다. 반도체 부활을 선언한 미국과 일본, 반도체 신흥 강자로 매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추격에 맞서려면 착공까지 6년이나 걸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정치적 결정이라는 논란이 컸는데, 팹 부지를 사업주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택하도록 하면서 경제적 효율성 시비를 불식한 점도 긍정적이다. 광주 군공항은 약 250만평(8.2㎢) 규모의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공항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완료된 만큼 부지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광주 도심, KTX 광주송정역과 가까워 정주 여건과 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도로·공항·항만 등 물류 접근성도 우수하다. 국유지라 토지 보상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군공항 이전 후보지인 무안군민 반발과 안보공백 최소화 등의 장벽을 얼마나 빨리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신규 팹 건설은 사활이 걸린 일이다.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4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총 투자액은 1조5000억엔(약 14조원) 규모로 일본 정부가 최대 5000억엔(약 4조7000억원)의 파격적인 보조금 카드를 꺼냈다. 이곳에서 생산될 HBM은 2028년 여름 출하를 목표로 엔비디아 등에 공급된다. 마이크론측은 “미국의 대담함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만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의 추격세도 매섭다.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상하이 신규 공장 등을 통해 웨이퍼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애플이 중국 판매용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부품을 CXMT에서 구매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7일 시장 컨센서스(영업이익 84조)를 뛰어넘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10.3% 증가했다. 1개 분기만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의 2배를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K-반도체의 아성을 굳건히 하려면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돼 반도체 증설 국가 대항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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