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가 전날 이룬 사상 최초 8000 돌파 기세를 이어갔다. 전날 종가(8047.51) 대비 2% 이상 상승한 8242.12로 출발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 폭등세와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지수상장펀드) 첫 상장 등 호재가 겹친 결과다.

증시 활황으로 환호가 이어지는 분위기지만 한편에선 ‘포모’(FOMO·유행으로부터의 소외감)와 주가 변동성으로 인한 경제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급등과 증시 변동성이 집값·환율 상승의 지렛대가 되고, 자산 양극화와 가계·금융부실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다.

코스피는 작년 10월 27일 4000 돌파 이후 불과 6개월만에 두 배로 뛰었다. 단기 변동폭도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중동 전쟁 영향으로 지난 3월 3일엔 7.25% 떨어진 데 이어 3월 4일엔 12.06%가 폭락하며 1거래일 기준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 바로 다음날인 3월 5일엔 9.63%가 올라 반대로 사상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4월 4일 8.44%, 이달 21일 8.42% 상승도 역대급 기록이다.

‘크게 투자해야 크게 번다’는 기대와 ‘언제 다시 폭락할 지 모른다’는 불안이 ‘빚투’(빚을 얻어 투자)와 ‘단투’(단기매매)를 확산시켰다. 그 결과 증시에서 차익실현 투자금이 상대적 안전자산인 부동산과 달러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자금 출처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4월 30일 주식·채권 매각 대금을 서울 주택 매수에 동원한 건수는 전체의 23.2%, 금액은 1조3590억원이었다. 서울 주택 매수 4건 중 1건엔 주식·채권을 판 돈이 쓰였다는 얘기다.

최근 1500원대의 고환율은 코스피 상승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과 한국증시 ‘리밸런싱’(종목 비중 조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참모들에게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나”라고 물은 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주가 상승이 집값과 환율 상승의 지렛대가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증시 변동성을 줄이고 지수의 안정적 우상향에 대한 믿음을 투자자에 줘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실물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선제적인 부동산 공급 대책이 병행돼 투자금이 증시에서 안정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8000피’의 축포가 우리 발 아래 떨어뜨린 폭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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