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예전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액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역대 최대 기록을 매달 경신하고 코스피도 장중 8000을 돌파하며 상승 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환율은 1500원을 꾸준히 넘기면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로 이어지고, 고물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고금리를 부른다는 점에서 3고의 도화선이다.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경계심을 가져야 할 때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7.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을 뚫었다. 올 들어 환율이 1500원 위에서 장을 마친 것은 이날까지 18거래일이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8~2009년 2년을 통틀어 14거래일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의 달러 창출력은 금융위기때와는 상전벽해다. 한국은 1분기 누적으로 737억8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역대 최고치로 작년 1분기(194억9000만달러)의 거의 네 배다. 예전 같으면 환율이 급락했어야 할 수준이다. ‘무역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기존의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보다 세계적인 물가 불안,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기업들의 해외 투자 증가 등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5% 넘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90달러를 넘는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오르자, 달러가 해외로 빠지고 있다. 코스피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외국인은 이달에만 40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외국인의 대량 순매도는 달러수요 급상승으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린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등에 공장을 짓고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같은 ‘거꾸로 환율’과 신 3고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고환율이 외환위기 같은 외화 부족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물가상승과 고금리 우려도 중동전쟁발 특수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책임있는 당국자라면 3고 위기를 성장통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보다 예전의 공식과 문법이 통하지 않는 3고 시대에 대응할 처방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3고가 주는 충격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다. 가뜩이나 심화하는 양극화를 더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유효한 정책 조합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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