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휴일에도 한진해운 사태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수습에 나섰지만 물류대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피해액 추산과 대체선박 투입, 해운동맹 지원 요청 등에서 실기(失期)를 놓치면서 한진해운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이 공동 팀장으로 꾸려진 범정부 차원의 제1차 테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일일 상황점검에 나섰다. TF는 기재부ㆍ해수부ㆍ외교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고용노동부ㆍ국토교통부ㆍ금융위원회ㆍ관세청ㆍ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1급이 참여했다. 범정부 차원의 TF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6일 만이다. 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폭풍을 과소평가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 법정관리에 앞서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전 세계 120만개 컨테이너 운송이 멈춰 물류대란이 발생하고, 140억달러(약 1조5600억원)에 달하는 화물 지연에 대한 클레임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법정관리 후 청산하면 회사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폭등 등으로 매년 17조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추산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이런 예상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일각에서는 (손실이)17조원이라는 분석도 있다는데 그건 너무 극단적”이라며 “지금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해수부도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시 추산해보겠다”면서 현재까지 자체 추산 피해액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후 급하게 내놓은 정부의 비상대책 역시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진해운 주력 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선박들은 미주 노선의 경우 빨라야 8일부터, 유럽 항로에는 이달 둘째 주(12일부터 시작되는 주)부터 투입된다. 사전에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컨테이너 마련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납기가 생명인 수출업체들은 단 며칠도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 그 사이 한진해운 선박이 추가로 압류되거나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 준비한 대체선박만으로 충분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9~10월이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ㆍ11월 네 번째 금요일)과 성탄절을 앞둔 시점으로 해운업계의 최대 성수기라는 점에서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선사들에 수송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소용이 없어졌다. 이미 해운동맹인 CKYHE가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퇴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중소규모 화주들과 수출입 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았고 외국 선사들은 대형선사의 침몰에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한국의 해운업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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