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중동전쟁의 와중에도 약진을 거듭하며 마침내 시가총액 6000조원을 돌파하는 새 역사를 썼다.

인공지능(AI) 투자 특수에 올라탄 K-반도체의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각각 57조원, 37조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내면서 증시로의 ‘머니 무브’가 가속화한데 힘입었다. 이번 주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증시를 이끄는 빅테크 기업 7곳(매그니피센트7)이 실적발표를 시작하는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낼 거란 기대감에 증권가에선 조만간 ‘7000피’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빅테크 실적이 개선될수록 AI 투자와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 구매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국내 주식시장의 시총은 약 61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가 5421조원, 코스닥시장은 680조원이었다. 여기에 중소·벤처기업이 상장된 코넥스시장의 4조원까지 더한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는 작년 7월 10일 3000조원을 넘어선 후 9개월여 만에 2배로 불었다. 1년 전 2459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약 2.5배로 커졌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진 작년 우리나라 경제 규모 2663조원의 약 2.3배에 달한다. 한국 증시가 프리미엄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기업 시총 집계 사이트인 컴퍼니즈마켓캡은 이날 한국 주요 기업 시총을 3조2620억달러로 평가하며 미국, 중국, 일본, 영국, 인도, 캐나다, 대만에 이어 세계 8위 수준으로 집계했다.

이처럼 시총이 경이로운 속도로 불어난 것은 ‘삼전닉스’의 활약덕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2.28% 오른 22만4500원, SK하이닉스는 5.73% 급등한 129만2000원에 마감하며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시총 합계는 약 2233조원으로 커졌다.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41%, 전체 주식시장에서는 약 37%다. 반도체가 점화한 AI 슈퍼사이클에 전력기기, 원전 등 인프라 업종도 편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K-반도체가 AI 대전환을 주도하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쏠림과 편중은 지속 성장에 장애가 된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온통 장밋빛 전망에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AI 투자 러시가 사그라드는 때가 오면 한순간에 반전될 수 있다. 중동전쟁 여파로 유망해진 방위산업과 2차전지는 물론 바이오, 로봇 등 제2, 제3의 반도체를 육성해 지속성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노동 유연성 확보, 교육 개혁 등으로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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