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최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법안을 승인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국에 사실상 검열권을 부여해 기술 협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한·미 간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개정안은 이용자 수와 매출을 기준으로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지정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 정보를 유통해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에서 허위로 판정된 정보를 두 차례 이상 반복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허위정보 신고와 조치 사항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 공개 의무도 부과된다. 미국 입장에선 구글·메타·엑스(X) 등 자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이 ‘디지털 규제,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통상적 문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월 한·미가 발표한 무역합의 팩트시트에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는데, 추후 미국이 이를 근거로 통상 쟁점화할 수 있다. 정부는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충분히 소통해 통상 마찰로 확산하지 않게 조율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점이다. 법안에서 정의한 ‘허위·불법 정보’는 경계가 모호하고 자의적이다. 시행될 경우 권력자나 공공기관, 대기업에 대한 의혹이나 비판적 기사 하나도 곧바로 손해배상 청구와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친여 단체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검열권 부여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위정보를 규제하겠다는 건 타당하지만, 합리적 비판과 의심마저 제한한다면 건강한 여론 형성 자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건강한 여론을 형성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척도다.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행정 권한이 과도하게 결합되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유엔도 우려를 나타낸 법을 성급히 시행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법의 취지는 살리되, 검열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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