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이 15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테네시주에 약 11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미 정부·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워 추진하는 이 사업은 미 상무부와 국방부가 참여하고, 미 정부가 40%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를 “미국의 큰 승리”이자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의 제련 기술과 미국의 자원·안보 전략이 결합한 실물 기반 자원 협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제련소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니어스타 제련소 부지를 인수해 기반 시설을 재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2027년 착공해 2029년부터 순차 가동되고, 호주·남미 광산과 미국 내 도시광산에서 확보한 원료를 바탕으로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한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계획이다. 러트닉 장관은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몬·구리·은·금·아연 등 다수의 자원이 전투기와 위성, 반도체 공장과 전력망까지 떠받치는 전략 물자라며, 생산 기술 기반이 취약한 미국에서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전략 무기로 활용해 공급망을 흔드는 상황에서, 제련·가공 생산시설을 확보한 미국으로선 환호할 만한 일이다. 고려아연으로서도 최근 지분을 인수한 캐나다 해저 자원 기업 TMC와 연계해 ‘북미 현지 채굴→현지 제련→미국 시장 공급’으로 이어지는 탈중국 공급망을 완성할 수 있는 만큼 전략적 이익이 크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정부가 투자하는 형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대주주 지분이 20%에 못 미치는 취약한 지배구조 속에서 영풍·MBK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합작법인 지분 10%가 우호 지분으로 편입되면, 영풍·MBK 측 지분은 희석되고 방어능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향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미국측 이해가 우선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영풍·MBK 측이 배임 소지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내 제련 산업의 공동화, 핵심 제련 기술의 유출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자원동맹의 상징성이 크다 해도 우리 산업에 피해가 가선 안된다. 미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기술 이전 범위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국가 핵심 기술의 유출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제안보 협력과 기술 주권의 경계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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