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다음날인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청한 사안에 대한 전격적인 화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썼다. 이어 건조는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상징이 된 곳이다.

관세협상 타결과 핵잠 건조 승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얻은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성과다. 특히 관세협상은 막판까지 첨예한 쟁점이 남았다는 한국측 협상단 발언이 잇따르면서 당장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분위기였다. 핵잠은 그동안 관세협상 의제로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던 것인데,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공개 거론하고 즉각적인 대답을 이끌어냈다.

대미 관세 타결이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보다 늦어졌지만 그만큼 협상 결과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3500억달러 투자액’의 현금 비중을 미국의 전액 요구보다 적은 2000억달러로 줄였고, 이를 연(年) 200억달러 상한의 10년 분할로 합의했다. 또 ‘마스가’에 대한 한국 기업 투자액 1500억달러를 3500억달러에 포함시켰다. 외환 시장 안정 장치나 투자처 협의·결정권, 투자 원리금 회수, 수익 배분 등에 대한 다층적이고 세부적인 조항들을 마련한 것도 높이 살 만하다. 핵잠 건조는 우리의 해상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는 숙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등을 포함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물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관세 협상 타결은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보장받았던 지위를 잃고, 다만 주요 경쟁국들과 똑같거나 ‘더 나쁘지 않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핵잠 건조 역시 방위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같은 막대한 투자와 비용을 대가로 치러야 하는, ‘안보자강’의 험난한 여정에 한 분기점일 뿐이다. 만일 한국 기업의 조선 기술에 바탕한 ‘마스가’가 없었다면, 이번 협상 결과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된 ‘팀코리아’,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는 외교·협상력을 기반으로 이제 산업경쟁력과 안보자강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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