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목표를 내건 노사정(노동계·사용자단체·정부) 협의체가 24일 출범했다. 고용노동부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이날 띄웠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영계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해 노동부와 3개월여간 관련 논의를 진행한 후 ‘로드맵’ 형태의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연간 1859시간으로, OECD 평균 1708시간보다 151시간이 길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단기 목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주 4.5일제’의 초석을 까는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한 주 4.5일제의 합리적 정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도 추진단에 합류했지만, 재계와 생산현장에선 당장 우려가 크다. 성급한 노동시간 단축이나 4.5일제 추진이 기업의 임금부담은 늘리고 생산실적은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같이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비중이 높아 노동시간은 OECD 상위권이고 노동생산성이 하위권인 국가에선 임금 삭감 없이 일하는 시간만 줄이면 결국 국내총생산(GDP)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최근 박정수 서강대 교수와 발표한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GDP)은 6만5000달러로 2023년 기준 OECD 36개국 중 22위다. OECD 평균(9만7000달러)과 비교하면 67% 수준에 그친다. 특히 주 4일제를 도입한 벨기에(12만5000달러)나 아이슬란드(14만4000달러)의 절반 이하이고, 주 4일제를 시범 운영 중인 프랑스·독일·영국 등의 각 10만달러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SGI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여가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연간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생산성 제고는 단순한 선후·인과 관계가 아니다. 산업 고도화 정도와 임금체계 합리성, 노동시장 유연성, 고용·복지정책에 따라 정(正)도 부(負)도 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이 ‘노동생산성 제고 로드맵’이 되고, 노동시간과 노동생산성의 ‘OECD 평균 동시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다. 주 4.5일제의 공약과 명분을 위해, 노사정 추진단의 경영계를 들러리로 만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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