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 법률’ 금융위가 주체
정책, 재경부 이관에 ‘연속성’ 우려
금융산업 육성보다 소비자보호 방점
직원들 “분리 철회하라” 집단 반발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20년 넘게 추진해 온 ‘금융중심지 정책’의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산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정책으로 2003년부터 ‘동북아 금융중심지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2008년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정책의 주체는 금융위로 명시됐다.
금융위는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3년마다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해당 계획에는 금융시장 지원과 육성을 비롯해 규제 개선, 국제협력 등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는 2023년 마련된 ‘6차 기본계획’을 토대로 세부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담당하던 금융 정책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되는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이 확정됐다. 재경부는 기재부의 국제금융 정책과 금융위의 국내금융 정책을 총괄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금융중심지 정책의 동력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안대로 금융위 정책 부서들이 재경부로 편입될 경우, ‘서자’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중심지 정책 등 기존 금융위가 주관해 온 정책들이 자칫 힘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조직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당국과 시장의 소통 창구마저 혼선을 빚으면 국내 금융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금융기관, 특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규제를 총괄하는 금융위가 쪼개질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의견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고 당국과의 소통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 등 금융감독 강화인 만큼, 앞으로 금융 정책의 방점이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규제에 찍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조직 개편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해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집중한다. 동시에 금융감독원 산하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번 새로운 조직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칫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정부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이번 주 대의원 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주 총파업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1층 로비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수백명의 금감원 직원들이 “금소원 분리를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연단에 선 금감원 노조 직무대행 정보섭 수석부위원장은 “감독기구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공기관 지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분리를 반대하는 이 자리는 단순히 금감원 직원의 밥그릇 문제가 아닌, 금융산업과 소비자 보호의 본질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직원들과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벼리·유혜림·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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