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공급대책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밝혔지만
서초 한국개발원부지도 과거 주민 반대 겪어
전문가들 “이해관계자 수익성 담보 장치 수반돼야”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 문재인 정부 시절, 1만호 주택공급을 목표를 내세웠던 도심 내 군부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CC(골프장)은 5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2022년 태릉·강릉 등 문화재 관련 협의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됐고, 그 사이 주민 반대로 목표 물량은 6800호로 줄었다.
#2.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H부지(61-2번지)는 2020년 8·4대책에 포함돼 일자리 연계형 공공임대주택으로 추진됐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이 철회됐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9·7공급대책에서 서울 도심 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유휴부지(총 4000호)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5년 전인 문재인 정부 시절 8·4대책에서도 시내 유휴부지 활용안이 주민들의 반대로 장기 표류된 적 있어 실현 가능성을 놓고 우려가 나온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 마련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돼야할 전망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20년 8·4대책에서 발표된 서울 내 500가구 이상 신규 택지 발굴 지역 중 착공에 들어간 곳은 서울도시주택개발공사(SH)의 마곡 미매각 부지 1곳 뿐이다.
당시 서울 노원구 태릉CC(1만호)를 비롯해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호), 용산구 캠프킴(3100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미매각 부지(2000호 등) 총 3만3000호의 수도권 주택공급 목표치가 제시됐으나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공공기관 소유 유휴부지 등 사업 후보지들은 주민반대로 초기사업이 철회되거나 공회전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사업들은 계획이나 설계, 의견 조율이 진행 중으로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마곡 외 신규 착공에 들어간 곳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9·7대책에서 도심 내 공급 관련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신규 공급 목표를 제시했다. 도봉구 성대야구장(1800호), 송파구 위례업무용지(1000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700호), 강서구청 가양동별관(98호), 강서구의회(163호), 강서구보건소(297호) 등 총 4000호 착공이 목표다.
하지만 신규 후보지들 또한 과거 주민 반대 및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2017년 기관이 충북 진천군으로 이전한 뒤 8년째 비어있다. SH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려했지만 주민 반대 등 구청과 의견이 충돌하며 무산됐다. 이 부지는 약78%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구청 허가가 필요하다.
도봉구 성균관대야구장은 2018년 12월에도 국토부 수도권 주택공급계획 발표에서 임대주택 300세대를 건립 계획이 잡혔으나 이후 성대와 시행사 간 소송 등을 거치며 수년째 사업이 지연됐다. 올해 도봉구와 성대는 사업재개를 위한 관학협력태스크포스(TF) 활성화를 추진하며 관련 회의를 진행해 오던 차였다.
국토부는 과거 정부의 실패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관련 특별법 제정 등으로 ‘발표 후 착공’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공급을 위해서는 올해 12월까지 토지계약매매 협의가 예정돼 있다.
다만 서울시 및 지자체의 적극적 협조에도 주민 반대를 거스르고 강제할 명분이 없다는 점은 우려사항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와 LH 등이 대상지를 검토할 때 사전협의를 했다”면서도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적극적인 협의, 설득은 국토부가 해가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수익성을 담보할 장치들이 수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당초 주택용지가 아니었던 만큼 실제 건설이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임대가 들어올 바엔 차리리 빈 땅이 낫다’는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문화재, 그린벨트는 물론 조망권, 일조권 같은 변수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토지소유주인 기관들의 이해 관계를 비롯해 실질적인 공급효과까지 이어지는 중소형 평수 이상의 분양 물량 비중 확보 같은 세심한 설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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