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정책을 책임지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무역의 기본 틀로 자리 잡았던 브레턴우즈 체제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 다자 무역 질서가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며, 새로운 체제 전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 이후 전 세계와 진행한 무역 협상을 ‘라운드’라 부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WTO가 추구해온 다자주의 대신 각국의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달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유럽연합(EU)과 체결한 합의를 “공정하고 균형잡힌 역사적 합의”로 평가하고, 새로운 경제 질서로서 ‘턴베리 체제’의 출발을 알렸다. 각국의 합의 이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신속히 관세를 인상하겠다고도 했다.
미국과 통상 합의한 주요국과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나라들까지 세계는 새 질서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 역시 7월 말 15% 상호관세 부과, 자동차 관세 15%, 3500억달러의 미국 제조업 투자 약속 등에 합의했지만 관세 여파는 이미 시작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미국 관세 영향으로만 1조6000억원 넘는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철강업계는 50% 관세에 수출길이 막혔고,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도 고관세 부과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난 6월 대미 수출이 0.5% 감소했는데, 관세가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턴 더 나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직시해야 할 점은 미국이 관세 없는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관세 수입이 현재 2배 늘어난 미국으로선 관세 정책을 접지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젠 ‘뉴 노멀’로 받아들이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굴기와 관세 리스크 등을 면밀히 따져 공급망을 정교하게 재편하고, 파고를 넘을 국내외 기업 간 협업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자동차 동맹을 맺고 픽업트럭 등 신차 5종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미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수출 지역 다변화는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다. 산업별 맞춤 지원과 시장 개발에 정부가 더 적극 나서고, 새 질서에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국가가 앞장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게 이젠 ‘뉴 노멀’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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