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 조사..응답자 ‘인식’일뿐 정답 아니다

응답자 스스로도 해소 의지·노력 보였어야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예전에는 친했지만 어느 날 별 것 아닌 일로 분위기 잠시 싸해진 다음 소식을 끊더니 자기 결혼한다고 갑자기 연락해온 친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를 따돌리는 듯한 몇몇 회원들, 기본 매뉴얼만 알려주고 가르쳐준 것 이상으로 보고서를 만들라는 직장 상사, 30년전 경험을 가지고 여전히 인생의 정답인 양 말하는 부모님...

어떤 관계가 가장 불편할까. 예시로 든 것은 모두 하소연하는 자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소원해진 친구의 역린을 건드린 과거의 순간에 대해 해소하려고 노력했는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원들과 무난하게 잘 지내는 방법을 고민했는지, 직장에서 기본적인 것을 익힌 다음 그 이상의 응용 기술 터득과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노력했는지, 불과 30년 사이에 세상 규범 크게 바뀔 것이 없는데도 부모의 기준을 구태로 규정하거나 틀렸다고 했던 자신이 정작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심지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대방은 없었는지를 돌아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GS&패널’을 통해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 스트레스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인식’에 대한 조사이므로, 객관적으로 보면 응답자가 실제 상황에서 잘 했을수도, 잘 못했을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을 하고난 뒤, 응답자 스스로도 원인, 사후대처 부분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조사결과를 보면, 의외의 내용이 많고,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응답이 높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 사람들 [헤럴드DB]
사람, 사람들 [헤럴드DB]

흔히 사람들은 친구 관계를 풀기가 어렵다고 하고, 부모와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조사에서 힘겨운 인간관계 1위가 직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단수 응답) 자의 41.5%가 직장생활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거의 모든 가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는데, 응답자들이 인간관계 힘들다고 답한 상대는 가족으로 19.2%였고, 스트레스를 받는 인간관계 2위였다.

이웃 또는 지인이라는 답은 16.8%로 3위였다. 이밖에 친구가 10.1%로 4위, 연인 또는 배우자가 6.6%로 5위,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관계’라는 응답이 5.7% 6위였다.

직장, 가족, 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친구, 연인(배우자), SNS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조사결과이다.

불확실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큰 20대는 직장, 친구, 가족, SNS 관계 등 여러 방면에서 골고루 비슷한 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직장과 지인 관계에서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 3개월 내 인간관계로 인해 자주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답한 비율은 40.5%였는데, 사회생활 주니어급인 30대는 47.7%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음’(51.6%) ▷ ‘갈등이 반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음’(46.4%) ▷‘인간관계 유지에 드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33.4%) ▷ ‘신뢰 부족’(31.4%) ▷ ‘상대의 과도한 기대나 요구’(31.4%) ▷ ‘소외감 또는 배제당하는 느낌’(27.6%) ▷ ‘비교·경쟁으로 인한 불편함’(23.1%) 순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피로를 느끼는 상황(단수 응답)으로는 ▷‘오해나 왜곡된 평가를 받을 때’(38.4%)가 가장 많았고, ▷‘개인 시간·공간이 침해될 때’(29.2%) ▷‘모임·회식 등 사회적 자리에 참석해야 할 때’(16.0%) ▷‘지나친 정서적 친밀함 요구’(11.6%) ▷‘메신저나 SNS 응답 강요’(4.9%) 순이었다.

인간관계 갈등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식으로는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멀어진다’(37.0%) ▷‘혼자 참고 견딘다’(28.4%) ▷‘직접 대화를 시도하여 해결한다’(16.8%) ▷‘주변 사람에게 상담하거나 조언을 구한다’(10.4%) ▷‘관계를 끊는다’(7.3%)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려 한다’는 응답이 36.7%로 가장 높았고, ▷‘어느 정도 신경 쓴다’(32.6%)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다’(19.2%)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편이다’(11.5%) 순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고 독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응답자 본인이 느낀 것, 인식한 것의 전반적인 흐름을 읽고난뒤 “아 나도 저렇게 대처해야지”라는 식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응답자와 관계하는 상대방 입장에서도 응답자가 조금만 잘해줬어도 상호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조사에서 대세가 되었던 응답 내용들이 인간관계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이번 조사결과를 읽고, 내 주변도 돌아보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