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맨유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

손, 프로 데뷔 15년만에 첫우승 감격

2015년 토트넘 이적후 준우승만 3회

부상과 부진, 이적설, 사생활 논란 등

데뷔 후 최악의 시즌 명예회복 성공

태극기를 몸에 두른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정상에 오른 뒤 페드로 포로를 끌어 안고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
태극기를 몸에 두른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정상에 오른 뒤 페드로 포로를 끌어 안고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우승이 확정되자 동료선수들을 일일이 찾아 기쁨을 나눴던 캡틴은 이내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오열했다. 과거 우승 문턱에서 좌절될 때마다 서럽게 쏟아낸 눈물이 아니었다. 프로데뷔 15년 만에 마침내 마지막 우승 퍼즐을 맞춘 데 대한 안도와 감격의 눈물이었다.

한국 축구 간판스타 손흥민(토트넘)이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무려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전반 막판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1-0으로 이겼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손흥민은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20여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의 15년 무관 체증과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올시즌 악몽을 한번에 날린 값진 우승컵이었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레버쿠젠(이상 독일)을 거쳐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그간 프로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2016-2017시즌에는 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위에 그쳤고, 2018-2019시즌 UCL 결승전에서는 리버풀(잉글랜드)에 무릎을 꿇어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20-2021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를 넘지 못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준우승만 3차례였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연령별 대회로 분류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 금메달을 따냈을 뿐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손흥민을 축하해주는 로드리고 벤탄쿠르    [게티이미지]
손흥민이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손흥민을 축하해주는 로드리고 벤탄쿠르 [게티이미지]

특히 올시즌은 손흥민에게 최악의 해였다.

시즌 개막 직후부터 내내 이적설과 방출설에 시달려야 했고 팀과 개인 성적 모두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EPL 득점왕 출신 손흥민은 올시즌 리그 30경기에서 7골 9도움에 그치며, 8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 행진이 멈출 위기에 놓였다. 다른 대회를 합쳐도 45경기 11골 11도움이다. 토트넘 역시 올시즌 리그에서 11승 5무 21패를 기록, 승점 38에 그쳐 17위에 처져 있다. 강등권을 제외하면 꼴찌.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손흥민은 게다가 시즌 막판 발 부상으로 공식전 7경기 연속 결장했고,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지며 명예가 실추됐다. 20대 여성이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돈을 요구하고 협박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경찰은 손흥민을 협박한 혐의로 이 여성과 40대 남성을 구속해 수사 중이다.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포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포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 모든 것을 의식한 듯 손흥민은 유로파 리그 결승을 앞두고 “오랫동안 찾아 헤맨 마지막 퍼즐을 꼭 맞추겠다”며 어느 때보다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 계약 만료를 앞둔 손흥민은 “나쁜 일을 되돌려 얘기하기보단 좋은 일들만 생각하겠다”고 말하며 “이번 경기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기회이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엔 후회하지 않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침내 고대하던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한국 선수로 UEL 정상에 오른 건 손흥민이 역대 네 번째다. 손흥민에 앞서 1980년과 1988년 프랑크푸르트(독일)의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 우승을 이끈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동진과 이호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소속으로 2008년 우승 축배를 든 바 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단 가운데서 가장 먼저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손흥민이 최초다.


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