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지방은 곧 건강의 적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건강에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이 따로 있거든요. 먼저 그림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세상에 곤히 잠든 아기만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가 있을까요? 미술관 입구에 걸린 그림 속에서 귀여운 아기 천사들이 구름을 이불 삼아서 포근하게 자고 있습니다. 포동포동한 살집이 특히 시선을 빼앗지요.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입니다. 프랑수아 부셰는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부셰는 프랑스 상류층의 문화나 그리스신화를 많이 그렸는데요. 앞의 작품에서도 그리스신화 속 개구쟁이 사랑의 신 에로스가 형상화돼있습니다.
어른은 살이 찌면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집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살이 찌면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지요. 지방세포의 수는 나이가 들어도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어릴 적에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살이 찌는 체질이 될 수 있답니다. 만 1세에서 만 4세까지는 살이 쪄도 괜찮습니다. 그 시기에는 살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만 4세에서 만 7세까지는 지방세포의 수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서 추위를 타지 않습니다. 비밀은 갈색지방 때문인데요. 갈색지방은 우리 옆구리에 쌓여가는 지방과 다릅니다.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활용되면서 열이 발생하지요. 곰은 갈색지방이 지방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열 덕분에 한겨울을 버티고 한층 가벼운 몸으로 봄을 맞을 수 있는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서 갈색지방이 많아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 갈색지방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주변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으실 겁니다. 예전에는 노년에 걸리는 질병으로 인식됐지만 젊은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흔한 질병입니다.
당뇨병도 호르몬의 일종인 인슐린 문제에서 생깁니다. 과식을 하면 우리 몸속에 포도당이 많아지고, 혈당이 급속하게 높아집니다. 이를 낮추기 위해서 인슐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됩니다. 문제는 인슐린이 혈당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식욕을 높인다는 점입니다. 과식이 또 다른 과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로 인해 인슐린은 더 많이 분비되고, 약물에 내성이 생기듯 제 기능을 서서히 잃게 됩니다. 결국 인슐린이 많아도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 현상이 생깁니다. 제가 인슐린을 비만 호르몬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비만과 인슐린이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면 지방을 형성하거든요. 비만이 되면 또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의학계에선 인슐린 저항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호르몬과 우리 몸의 관계를 다각도에서 살펴보아야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지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르몬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현대의학으로도 아직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한 것이지요. 호르몬의 시스템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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