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사건 일어난 원룸 거주

집주인 옆집, ‘형동생’ 할 정도로 친밀

두달 전 처음으로 월세 밀려…“통장 압류됐다”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차철남은 이달 시흥시 정왕동 소재 자기 집 등에서 2명을 살해하고, 이날 인근의 편의점 주인과 자기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차철남은 이달 시흥시 정왕동 소재 자기 집 등에서 2명을 살해하고, 이날 인근의 편의점 주인과 자기집 건물주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시흥)=박지영 기자] 경기도 시흥에서 평소 의형제처럼 지내던 중국인 형제 2명을 살해하고 한국인 2명을 다치게 한 중국인 차철남(57)이 두 달 전 본인의 통장이 압류돼 월세를 내기 어렵다며 생활고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씨는 채무관계에 있던 중국인 형제 2명을 살해하고 이틀이나 지난 뒤 자신의 주거지 인근 편의점 주인인 60대 여성과 70대 남성인 집주인을 살해하려 했는데, 집주인과는 10년 이상 옆집에 살며 ‘형동생’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경찰은 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차씨는 2012년 F4(재외동포) 비자로 입국해 약 13년간 합법 체류자로 한국에서 지냈다고 한다. 차씨는 2012년 입국 이후 약 10년 이상 이번 사건을 벌인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원룸에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집주인과 같은 층, 바로 옆 호수에 거주하며 서로 형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이가 가까웠다고 전해진다.

시흥 흉기 살인 사건 용의자인 차철남이 지난 17일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중국 동포인 50대 남성을 살해한 빌라. 차씨는 경찰에 “수차례에 걸쳐 3000만원 가량을 빌려줬는데 형제가 이를 갚지 않아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박지영 기자.
시흥 흉기 살인 사건 용의자인 차철남이 지난 17일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중국 동포인 50대 남성을 살해한 빌라. 차씨는 경찰에 “수차례에 걸쳐 3000만원 가량을 빌려줬는데 형제가 이를 갚지 않아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박지영 기자.

보증금 약 50만원, 월세 20만원 원룸에 거주하던 차씨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월세가 밀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자영업자는 “두 달 전에 (차씨가) 처음으로 집주인에게 “통장이 압류됐다”며 “통장 압류가 풀리지 않으면 월세를 현금으로 주겠다”며 생활고를 토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가끔 일용직 근무를 하며 과거 외국에서 벌었던 돈으로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세는 매달 15일에 납부했는데, 차씨는 결국 월세를 내지 못하고 이틀 후인 지난 17일 오후 4시께 “술 한잔하자”며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웠던 중국 국적 50대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뒤, 이달 초 구매한 망치를 사용해 A씨를 살해했다. 이어 오후 5시께 자신의 집에서 약 200m 가량 떨어진 A씨의 형제가 사는 집으로 가 A씨의 동생도 살해했다. 시신은 그대로 방치했다.

두 사람을 살해한 차철남은 방치한 시신으로 인해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자 피해자의 아우디 SUV 차량을 훔쳐 이틀간 차 안에서 지냈다고 한다. 차씨는 이들을 살해한 이유로 2013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을 살해한 후 자수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시흥 흉기 살인 사건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오전 자신의 주거지 인근 편의점 주인인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박지영 기자.
시흥 흉기 살인 사건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오전 자신의 주거지 인근 편의점 주인인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박지영 기자.

하지만 차철남은 이틀 뒤인 19일, 범행을 또 저질렀다. 애초 A씨 형제를 살해할 요량으로 지난 5월 초 구매한 흉기인 약 30cm가량의 식칼로 이번엔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이웃을 노린 것이다.

차씨는 19일 오전 9시 34분께 자신의 집 인근 편의점의 60대 여성 점주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몇 시간 뒤 오후 1시 21분께 편의점으로부터 약 1.3km 떨어진 한 체육공원에서 자신의 집주인인 70대 남성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이들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차씨는 “(편의점 점주는) 평소 험담을 했고, (집주인은) 나를 무시했다”며 A씨 형제는 계획적 살인이라고 시인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그가 범행 이후에도 이웃에 대한 범행을 이어간 점 등 진술의 모순점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철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더욱 면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피해자들과 채권·채무 관계가 있다는 것도 계좌 내역 등을 확인해봐야 진술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프로파일러 면담을 통해 차씨의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 등 정신적 특성도 분석할 예정이다. 범행의 중대성과 사회적 불안 유발 여부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까지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