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작가…눈으로 뒤덮인 한반도 배경 소설
상금 3000만원…연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윤강은 작가. [민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9/news-p.v1.20250519.8a8e820f9e25418a8deb3b69d48ffe53_P1.jpg)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윤강은의 ‘저편에서 이리가’가 선정됐다.
오늘의 작가상을 주관하는 민음사는 정용준, 문지혁, 김희선 소설가와 박혜진, 이소 문학평론가 등 5명의 심사위원이 지난달 25일 본심 심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결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기후 위기와 정치적 갈등이 종말을 향해 가는 미래,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한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이다. 멸종해 버린 대부분의 동식물처럼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한반도는 압록강, 한강, 남해안 세 개의 구역으로 존재한다. 이 세 개의 구역은 서로 다른 정치와 경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물자를 주고받으며 긴밀히 협력해 생존하고 있다.
작품은 이 세 개의 구역에서 나고 자란 여섯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은 군인, 개 썰매로 물자를 나르며 대부분의 시간을 황량한 설원 위에서 보내는 노동자다. 이들은 경계를 넘어 서로를 만나 애틋한 마음을 키운다. 심사위원들은 절멸이 예정된 극단적인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착취하고 해치기보다 애도와 사랑을 택하며 정해진 미래 바깥으로 탈주하는 이들의 선택에 깊이 공감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인 ‘한반도’에 주목했다. 이미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지금의 정치적 갈등에 붙들려 있기보다 도래할 미래의 시선으로 한반도라는 공간의 의미를 새로이 발굴하고 조명했다는 점에 호평이 이어졌다. 생존주의로 내달려 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면, 이 소설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랑을 재발명하려는 모험”이라는 데 심사위원의 의견이 모였다.
정용준 심사위원은 “땅은 무너졌지만 하늘은 푸르고, 세계는 참혹한데 전선을 오가는 마음은 따뜻하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매력적으로 공존하고 있다”고 평했고, 문지혁 심사위원은 “한반도라는 공간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새롭고 매력적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에 가장 부합하는 소설”이라고 봤다. 김희선 심사위원은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대신 애틋함으로 종말의 얼음을 녹인다”고 말했다.
박혜진 심사위원은 “얼음을 깨고 나가는 쇄빙선의 파괴력으로 먼 미래와 먼 과거를 연결시키고, 먼 절망과 먼 희망을 이어 붙인다”고 설명했고, 이소 심사위원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생존주의 시대에 사랑을 재발명하려는 모험”이라고 평가했다.
1977년 장편소설 공모제로 출발한 오늘의 작가상은 2015년 출간된 한국소설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가 올해 다시 공모제로 개편됐다.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 전통과 혁명을 아우르며 이끌어 갈 작가와 작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호명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변화다.
올해 오늘의 작가상에는 예상을 크게 상회한 333편의 작품이 투고됐고, 그중 5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올랐다. 예심에는 SF, 역사 소설, 필굿·힐링 소설 등 장르의 다양성이 눈에 띄었으나 작가만의 개성을 보여 주기보다는 유행을 답습하는 작품이 다수라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본심에 오른 다섯 편의 작품 중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작품은 ‘죽은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과 ‘저편에서 이리가’였다. 두 편 모두 스릴러적이면서도 판타지적 요소가 두드러졌고, 수많은 투고작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전개와 각자의 개성이 눈에 띄었다.
2000년생인 윤강은 작가는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글을 쓰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문학에 빠져 스무 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초기작 ‘천국보다 낯선’부터 근작 ‘치치새가 사는 숲’까지 즐겨 읽으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 온 ‘오젊작 키즈’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윤 작가는 소설을 쓰는 동안 이야기를 통제할 수 없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며 “소설을 날뛰게 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윤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되며 수상작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연내 출간될 예정이다. 6월 초 발행되는 문학잡지 ‘릿터’에서 작가의 수상 소감과 심사위원의 심사평 전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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