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마무리 단계라던 인도 “시기상조”

자동차 관세 등으로 韓·日·EU 협상 쉽지 않아

시간끌기·강경책 만지작…일방적 관세 맞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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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및 대표단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및 대표단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미국과 가장 크게 충돌한 중국이 최근 90일간 관세 유예 등 협상에서 성과를 얻자, 이를 지켜본 국가들이 협상에 대한 고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핵심 산업인 자동차 관세로 쉽게 협상에 임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에 선뜻 관세 인하…미중 회담 이후 미묘한 변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양자 회담에서 허 리펑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P]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양자 회담에서 허 리펑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P]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강경한 협상 전략으로 90일 관세 유예 등 한시적이긴 하지만 유리한 협상을 끌어낸 후, 미국과 신속하게 접근했던 국가들은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스티븐 올슨 싱가포르 유소프 이삭 연구소(ISEAS) 선임연구원은 “협상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며 “많은 국가가 제네바 협상의 결과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힘을 지나치게 과시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 홀딩스의 세계 시장 리서치 책임자 로버트 수바라만도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경제적 고통이 즉각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걸 트럼프 행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 경제 악화 우려가 커지자,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30%로, 중국은 10%로 90일간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후 미국이 협상 중인 국가들의 발언도 신중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낮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던 인도 정부 관계자들도 관세 협상이 마무리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외무부 장관은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일본의 관세 전담 조직을 이끄는 최고 협상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이달 초 6월에 미국과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했지만, 최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참의원 선거를 앞둔 7월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책 입안자들이 상황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큰 양보를 하기보다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韓·日·EU 자동차 관세 두고 이견 차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비즈니스 리더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비즈니스 리더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AFP]

또한 블룸버그는 익명의 유럽연합(EU)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협상에 먼저 나선 국가들이 실질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마르코 파픽 BCA 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는 올바른 방법은 굳건히 서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임을 중국으로부터 배운 국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가들이 신중을 거듭하는 이유에는 자칫 협상을 잘못했다가는 국가 핵심 사업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하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일 사실상 전 세계 상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18개 중요 무역 상대국 명단을 작성했다면서 “그 명단에 있는 한국, 일본, EU 같은 (관세정책의) 최대 상대국에 있어 ‘자동차’가 하나의 난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WSJ은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관세율 25%를 낮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최근 1년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68억 달러(약 52조원) 규모다. 같은 기간 일본은 미국에 402억 달러(약 56조원), EU는 460억 달러(약 64조원)어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 기간에 한국은 661억달러(약 93조원), 일본 685억 달러(약 96조원), EU 2천848억 달러(399조원) 등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모두가 중국처럼은 못해”…국가별 한계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통상 협의를 하기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연합]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통상 협의를 하기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연합]

따라서 자동차 관세를 유지하고 싶은 미국과 한국 등 주요 협상국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관세 협상이 길어지는 상황은 역풍을 부를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모든 국가와 협상을 할 시간이 없다며 “미국은 향후 2~3주 이내에 일방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들만 강경책을 구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버트 호프만 전 세계은행 중국 담당 국장은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카트리나 엘 무디스 애널리틱스 책임자는 “중국은 미국에 대해 너무 큰 지렛대를 쥐고 있어서,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다. 반면 다른 많은 국가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