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감소로 집 팔기 어려워

‘올수리’ 여부 아파트값 좌우

호황맞은 인테리어업체 실적↑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아파트’ 정주원 기자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아파트’ 정주원 기자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사는 A씨는 지난해부터 이사를 계획했다. 지난해 집을 내놨지만, 1년이 지나도록 딱 한 팀만 집을 보러 올만큼 매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넓은 집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집이 팔릴 기미가 안 보여 새집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됐다. 결국 고민 끝에 대출받아서 현재 사는 집의 내부를 리모델링해 새집 느낌이 나게 살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에 사는 60대 B 씨도 올 봄 이사를 알아봤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30년이 넘어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이 확정되긴 했으나, B씨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른 시일 내에 커뮤니티가 갖춰진 편리한 신축 아파트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집을 내놨으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임에도 몇 달간 관심 수요가 없어 매물을 거두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결심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9856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4416건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번 달 13일 서울의 온라인 집계 매물 건수는 8만4575건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 8만7208건에 비해 2633건 줄었다.

매물이 줄어든 데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진 시기에 수요자들의 매수 의사도 꺾이며, 결국 새집 이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내부 인테리어 공사나 리모델링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도 이를 실감하고 있다. 대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 여부가 전셋값과 매물 가치를 좌지우지한다”며 “완전 수리가 돼 있냐 아니냐에 따라 전용면적과 층이 비슷한 물건임에도 금방 나가기도 하고 안 나가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 15년~20년 차에 접어든 노후 주택이 늘어나며 인테리어의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인테리어 회사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경기는 여전히 침체기고 신축 분양도 줄었지만, 인테리어 수요는 오히려 많아졌다. 국내 대표 인테리어 기업 LX하우시스는 지난해 매출액 3조5720억원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 성장했고, ‘아파트멘터리’도 지난해 매출액 64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 인테리어 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멘터리 관계자는 “이사를 고려했는데 이사를 하지 않고, 살던 집을 고쳐서 바꾸려는 수요가 내부 인테리어 누적 건수 등을 통해 늘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보관이사가 가능하도록 내부 인테리어 기간 동안 에피소드·맹그로브 등 장기숙박임대 플랫폼과 연계해 숙박이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회사 자체의 ‘에이스테이’ 같은 서비스 이용 사례가 늘어났다”고 했다.

전문가는 ‘인도어(indoor)’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MZ세대가 인도어 1세대인 만큼,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주택시장에서도 평면과 인테리어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매수자의 주거 쾌적성과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다. 전세로 사는 사람 아니면 대부분 인테리어는 필수 통과 의례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기본적으로 노후 주택은 옛날처럼 도배만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고 직접 인테리어를 입맛에 맞게 하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고, 이사 자체가 쉽지 않게 시장 상황이 변하며 인테리어 시장이 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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