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대비 30~40% 하락거래 잇따라
부동산 경기침체·개발사업 지연 등 겹쳐
[영상=이건욱PD]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 2021년 ‘시흥 10억 시대’를 열었던 배곧신도시 일대에서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아파트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더불어 서울대병원 등 개발사업이 지연되며 상승분을 반납한 모습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 대장주로 꼽히는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일 6억1300만원에 팔렸다. C1호반써밋플레이스는 같은 타입이 지난 2021년 7월 10억원 신고가를 기록하며 시흥 첫 10억대 거래가 이뤄졌는데 최근 40% 가까이 하락한 가격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올해 들어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 실거래가는 5억원 후반대~6억원 후반대를 기록하는 양상이다. 바로 옆 단지인 시흥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또한 전용 84㎡가 2021년 9월 10억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6억3900만원에 매매됐다.
다만 배곧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0억원에 거래됐던 물건은 조망도 좋고 괜찮은 물건이었다면 5억~6억대에 거래되는 물건들은 그에 비해 조건이 좋지 않은 물건”이라며 “최고가 대비 30% 하락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과거 배곧은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선 ‘제2의 송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고금리로 인한 시장 상황 악화와 개발호재로 작용했던 사업들의 착공이 지연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하락거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앞서 시흥시는 배곧신도시를 ‘교육특화도시’로 명명하며 도시 조성 초창기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유치했다. 서울대 이원화 캠퍼스인 시흥스마트캠퍼스는 2020년 1단계로 교육협력동, 미래모빌리티연구동, 지능형무인이동체연구동, 시험수조연구센터, 교직원·대학원생 기숙사 등 5개 시설이 준공됐고, 현재는 2단계로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융복합 R&D단지 등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돼 온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은 건설경기 침체로 시공사를 찾지 못하며 사업이 지연됐다. 그러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과 공사계약을 맺으며 올해 착공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배곧과 송도를 연결하는 배곧대교는 2014년부터 건설사업이 추진돼 왔지만 환경 훼손 우려가 커지며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교육특화도시인 만큼 배곧 내에는 서울대 캠퍼스 외에도 혁신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는 배곧초·중·고가 주거단지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고, 또다른 혁신학교 배곧한울초를 비롯해 배곧해솔초·중학교, 배곧라온초, 배곧누리초 등이 있다. 고등학교는 한 곳 뿐이었지만 배곧2고등학교가 2028년 3월 개교한다.
교통 측면에선 전철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이 아파트밀집지역에서 차와 대중교통으로 약 10분,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고, 수인분당선 월곶역은 차로 10분,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거리다. 다만 월곶과 판교를 잇는 복선전철 월판선이 2029년 개통 예정이고, 시흥시청역을 지나게 될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서울 접근성은 개선될 전망이다.
배곧 일대 사업들이 지연되며 가파른 아파트값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개발 호재는 여전한 상황이다. 2020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배곧은 올해 들어 연구용지에 종근당 유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돼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배곧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대병원 올해 착공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해마다 나오는 얘기고, 그 외에도 분양 때마다 나오던 호재들이 실현이 안 되고 있어서 수요자들이 실망하는 것”이라며 “정말 삽을 뜨게 된다면 그때는 시장의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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