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2일 미국 백악관의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3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5월 트럼프 행정부 1기 임기에서 그의 첫 해외 순방지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였고, 두번째 임기에서도 첫 해외 순방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 트럼프 행정부 간 관계는 긍정적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토너먼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장소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목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단지 중동지역의 중재자가 아닌 ‘글로벌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이란 핵 협상에 대한 우려와 이스라엘-가자지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 때문이다.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잠정 중단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지구 투자 및 이주 정책’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글로벌 관세정책도 이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미국이 발표한 관세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겪을 직접적인 피해는 작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미수출은 미국이 석유 수입을 줄이면서 크게 감소한 상황이고, 심지어 석유는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관세정책으로 말미암은 중국, EU(유럽연합) 등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유가 하락 및 석유 수익 손실이 사우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의 균형재정유가는 90.9달러이지만, 2025년 4월 브렌트유 기준 유가는 64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적자는 작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비전2030’을 위시한 비석유경제 규모는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약 329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기가프로젝트 발주 금액도 2024년에는 2022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및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자 전략적 협력 대상으로, 에너지 및 인프라 분야에서 중국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지난달 22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젯다를 국빈 방문했을 때 원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프로젝트를 점검했다.
곧 개최될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정상회담에서는 1조 달러 투자 및 무기 구매를 중점으로 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과 평화적 핵 프로그램 협력 등을 놓고 양국의 긴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반적인 환영 기조 속 외교적 균형감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위기 상황속에서 외교지평의 확대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성원 코트라 리야드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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