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하방 요인이 상쇄돼 대체로 안정
물가 안정 측면서 금리 인하 요건 조성돼
경제 전망 악화에 시장도 인하 높게 점쳐
환율 변화, 미국 금리 방향성 등 지켜봐야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06/rcv.YNA.20250417.PYH2025041702300001300_P1.jpg)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5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가운데 최근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재개할 여력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여지가 있지만 물가 추이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어 그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한은이 미국의 관세 정책이 부채질한 저성장 위험에 대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이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①물가 안정 목표치 유지 중
5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한 2.1%로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같은 기간 2.1% 상승했다.
이러한 물가 동향에 대해 한은은 “대체로 안정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12월 1%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가 다소 뛰었지만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치인 2%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유가 하락, 낮은 수요 압력 등 물가 하방 요인과 높아진 환율 수준 등 상방 요인이 상쇄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 근방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데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보면 기준금리 인하 여건은 조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블룸버그는 “4월에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한은이 이달 말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여지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②역성장 탈출 시급
한은이 지난 4월 ‘숨 고르기’ 동결을 거친 데다 최근 경제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어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확률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지난 2일 발간한 ‘5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이 가계대출 증가세에도 물가 안정과 국내경기 둔화 우려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장 1분기 우리 경제는 역성장했고 4월부터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타격도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주요 기관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0%대로 낮춰 잡았고 한은도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1.5%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③관리 가능 수준 가계부채
물론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됐던 가계부채 증가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급증한 주택 거래에 대한 담보대출 승인 물량이 남아 있어 이달까지는 가계대출에 추가 반영될 여지가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다소 잠잠해졌다는 점도 금리 인하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05.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이 반영되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다만 1400원대의 환율 자체가 높은 수준인 데다 글로벌 달러 초약세에도 한국 원화의 경우 절상 폭이 제한되며 대내외 여건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 한은은 환율 흐름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과 이후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영향 등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