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맥콤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스포츠 엑스포 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광범위한 대통령 임기 첫 100일을 축하했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은 그의 임기 100일 동안 벌어진 경제적, 정치적 혼란에 실망하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02/news-p.v1.20250502.8a1d6928e3eb4d83b3ddb482b1237fb2_P1.jpg)

취임 100일을 훌쩍 넘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심각한 사항으로 특히, 핵심 지지층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그의 말을 세계가 따르는데도 지쳐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표정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DEI의 폐지 바람직한가?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한다. 조직이나 사회에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이 존중받고, 공정한 기회를 얻고, 포용적 환경에서 함께 일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인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미국이고 우리는 그곳을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고 불렀다. 미국은 이민으로 세운 나라로 여러 인종이나 문화, 민족 등이 융합한 나라이다.
미국 법원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지속하는 공립 초·중·고교에 재정 지원을 삭감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4일 뉴햄프셔주 연방법원은 특정 DEI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립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DEI의 개념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절한 정의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방정부의 정책이 교실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지역 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 연방대법원은 2023년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 정책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립 초·중·고교도 불법적인 프로그램을 종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자신을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여성 선수들의 승리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공립 초·중·고교와 거의 모든 대학에서 여성 운동선수에 대한 트랜스젠더의 공격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대학에 대한 지원 삭감, 유학생 추방, 면세 지위 박탈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저의가 뭘까. 대학을 위협하며 진보적 사상의 거점을 없애려는 시도가 아닐까 한다. 트럼프 정책의 반대의 선봉에 하버드대를 포함한 미국 전역의 대학이 있고 그들은 연일 시위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거센 반기를 든 하버드 대학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군기를 다잡아가고 있다. 진정 보조금을 동결하고 면세 지위를 박탈할지 귀추가 궁금해진다. 유학생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은 상태에서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Sell America는 지속될까?
미국 달러, 미국 주식, 미국 채권 가격이 트럼프 취임이후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력은 10%의 보편관세와 나라별로 부과한 엄청난 상호관세 규모와 품목별 관세로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갔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의 4월 확정치는 52.2로 3월 대비 8.4% 급감했다.
이에 반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5%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이 10%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가능성과 감세정책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됐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미국 자산 수요에 대한 심리가 약화되고 미 채권 수요가 줄었다. 미국은 이미 부채한도(36조1000억달러)에 도달한 상황이다. 재무부 계좌(TGA) 잔고는 거의 바닥났다. 내야 할 기금을 늦추는 특별조치로 겨우 버티는 중이다.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함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월가에서는 소비자심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 실망한 일본은 국채매각, 금리인상의 카드를 쥐고 있고 중국, 유럽도 예전처럼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있을 여러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한도 상향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7월 중순에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만 하더라도 미중의 상황이 지금과는 달랐다. 1기에는 화웨이 등 첨단 산업분야의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경제는 미국의 주장에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다. 무역분쟁과 스파이칩 및 반도체 관련 제재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산업생산은 더욱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당시 위안화 약세 속에서 대규모 투자 병행은 부채급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고질적인 빈부격차 문제와 무역분쟁에 따른 실업증가로 소비진작에도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트럼프 2기에서 거의 무모하다고 할 만큼 중국에 상호관세를 매긴 미국은 시진핑 주석과 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란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면서도 미국과의 결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완화 가능성에 대한 즉흥적인 발언과 달리 중국은 상무부와 외교부 채널을 통해 공식적이고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을 한다. 중국은 미국 무역 공세에 맞서 보복관세 외에 희토류 수출 제한과 할리우드 영화 중국 내 상영 제한 등 다양한 맞대응 조치를 내놓았다.
정부효율부의 정책의 성과는 믿을만한가?
미국의 정부부채는 2024년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4.0%로 높은 수준이다. 2024년도 회계연도 동안 미국 정부가 지출한 국채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9% 증가(1조1330억달러)했다. 이자비용이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천문학적 이자비용은 정부가 쓸 돈을 줄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정부 효율부(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는 테슬라에 복귀를 앞두고 지난달 1,6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출 절감 성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하여 비영리 단체인 ‘공공서비스 파터너십’은 정부 효율부의 개혁 조치가 오히려 연간 1,35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미국 사법부는 정부효율부의 국제개발처(USAID) 해체와 관련해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정부효율부의 추진정책이 공화당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재정적자 감축에 있어 실효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히려 소비위축, 실업률 상승 등 경제에 하방압력을 가중 시킬 소지가 부각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6년 7월까지 1-2조 달러의 지출 삭감을 목표로 했으나 공개한 내역에 논란이 상당하며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누적에 따른 경제적 파급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향후 10년간 인구변화에 따른 사회비용 증가로 재정적자가 2조 달러에서 3.6조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정부효율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의 대상이었던 민간 기업의 수장이 규제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기에 민간 기업인을 ’규제 차르‘에 임명했으나, 머스크는 재무장관과 크게 다투고 테슬라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가 자율주행 규제를 완화한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뒤 급등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될까?
종전과 핵협상은 왜 자꾸만 늦어질까?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제적 이익’에 중점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싸움을 끝내는 게 우선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광물에 접근할 수 있는 협정에 동의하는데 시간을 거의 할애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이었을까? 많은 이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착취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처음에는 미국이 러시아의 미래 침략을 억제할 보안을 보장한다면 합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뜻밖에도 미 정부는 미국 광산 기업과 근로자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억제력이 될 것이라며 젤렌스키 주장을 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고 보안 보장 없이 광물 거래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협정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의 핵발전소에 대한 접근권 또는 소유권을 포함하는 조건 개선을 바라고 있다.
가자지구에 평화는 오지 않고 중동은 여전히 전쟁 중이다. 중동에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 이는 중동에서 최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최대한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란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에도 이란과의 국제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여러모로 이란에 대한 압력을 펼치며 재협상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중동에도 진정으로 평화가 올까?
이란의 핵협상 거부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다. 이슬람 공화국의 이념적·정치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과 최고지도자를 향한 압박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속에 화폐 가치는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청년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과 핵협상 성공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100일인 지난달 29일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 산하 공공정책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미국인 10명 중 4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을 끔찍했다고 평가했다. 100일이 1000일 같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한국은행은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이 안 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가 더 연기되더라도 우리경제의 경제적인 비용은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1분기 역(逆)성장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하루 빨리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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