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교육 중 성범죄 처벌 피하는 방법 알려줘
언론에 보도되며 군 위신 훼손
정직 1개월 처분에 불복 소송 냈으나
2심서 패소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헤럴드경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9/news-p.v1.20250429.009fe00a32bc4840b40fc86593aaf569_P1.jpg)
“너가 과외선생님이다. 만약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성관계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성매매를 하다 걸리면 수사기관이 계좌를 다 확인한다. 22만원을 한꺼번에 인출한 기록이 있으면 의심 받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나는 매일 1만원씩 인출하는 버릇이 있다.” “클럽에서 ‘엉만튀(여성의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가는 범죄)’, ‘슴만튀(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범죄)’하면 여성이 고소할 수 있으니 그 자리에서 돈을 주고 합의해아 한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예비군 훈련 중 ‘인권·법률 교육’ 강의에서 위와같은 발언을 한 군 법무관 A씨. 군법 교육의 목적과 내용에 맞지 않는 강의였다. 당시 이를 비판한 언론 기사가 보도될 정도였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불복 소송을 내며 “수강생 대부분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우수한 강의라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이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역할극 진행하며 “초6이 성관계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거냐”=지난 2019년 6월, A씨는 예비군 150여명이 모인 강당에서 군법교육을 실시하며 ‘성매매 단속에 걸리지 않는 법’ 등을 가르쳤다. A씨는 “범죄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술·여자·운전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온라인이나 앱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는 경찰이 다 알고 있으니 절대 하지 마라”고 했다.
이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는 경우에도 강간죄로 무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녹음을 하라”며 “상대 여성으로부터 ‘좋아요’라는 말을 유도하라”고 교육했다. 또한 “클럽에서 ‘슴만튀’, ‘엉만튀’를 했을 때 상대 여성이 고소할 수 있으니 그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하며 돈을 주고 합의하라”고 가르쳤다.
부적절한 발언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강단 위로 예비군을 부른 뒤 과외선생님으로 역할극을 하게 했다. 이어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성관계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예비군이 답변하지 않자, A씨는 “둘도 없을 기회”라고 발언했다.
며칠 뒤 이 사건은 언론에 보도됐다.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게 교육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한 달 뒤 해군참모총장은 A씨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1심서 이겼으나 2심서 패소=A씨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당시 강의를 들은 예비군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부정적인 반응은 미미했다”며 “해당 기사는 군법교육의 취지를 오해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 사령관 표창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군법교육을 했다”며 “문제가 된 발언은 호응을 높이기 위해서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1심에선 A씨가 이겼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3행정부(부장 최병준)는 지난해 9월, A씨의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1심 재판부도 “A씨의 부적절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해군에 대한 명예가 실추된 것은 맞다”고 판결했다. 다만 “정직 1개월 처분은 과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예비군의 수업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사에겐 강의 내용을 수강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에 광범위한 재량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강의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비난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성범죄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줄 목적으로 강의를 했다기 보다는 실제 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성적 흥미 위주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대전고등법원 1행정부(부장 문봉길)는 지난달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했다”며 “정직 1개월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교육 내용은 법률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을 피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라며 “군법 교육의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 중엔 미성년자와 성관계 여부에 대한 답변을 유도하고 반응을 보는 비윤리적 흥미 유발을 위한 요소가 있다”며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군법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발언은 자칫 해군의 입장으로 오인될 수 있고, 군 전체의 위신과 연결되므로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군법교육을 함께 들은 동원업무 담당자, 현장조교 등이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고 짚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예비군 훈련을 받은 현직 기자가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해 언론에 보도했다”며 “군이 상당한 비판을 받는 결과가 초래했으므로 정직 1개월 처분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씨 측에서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상고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