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연합뉴스 자료사진/Getty Images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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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계획했으나...조율 과정에서 취소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실사단 출장이 다음 달 3일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진다. 실사단은 당초 이번 주 알래스카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서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2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로 구성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실사단은 이번 주 현지 출장 일정을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취소했다.

당초 가스공사는 처장급 1명,부장급 1명 등 3~5명으로 출장단을 꾸릴 예정이었다. 산업부는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단장으로 출장단을 구성할 방침이었다. 앞서 가스공사 실무진은 지난 15일 오전 AGDC과 화상회의를 갖고 출장 일정을 조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를 콕 집어 거론한 가운데, 이와 관련한 양국 간의 사실상 첫 실무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24일(현지시간)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 개최 이후 사실상 양국이 관세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알래스카 실사단 출장을 연기한 것은 이례적이다는 분위기다. 한미 통상 협의에서 우리 측은 무역 균형을 위한 에너지 구매 확대 노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도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실사단을 곧 파견하는 등 사업성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 대행이 대권 출마로 사퇴할 것이 공식화되면서 ‘실사단 출장을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신중론이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해석한다. ‘선(先)출장·후(後)검토’방침에서 ‘선(先)검토·후(後)출장’으로 바뀐 것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지난 15일 한 포럼 강연에서 “사업성 검토 차원에서 조만간 당국자의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동토인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난 천연가스를 새로 건설할 약 1300여㎞ 가스관을 거쳐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운반해 액화한 뒤 수요지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리스크가 커 액손모빌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손을 떼 오랫동안 진척되지 못한 프로젝트다. 초기 사업비는 약 450억달러(64조원)로 추산된다.

미국 측은 이 사업 성공을 위해 세계 LNG의 핵심 수요지인 동아시아 핵심 국가·지역인 일본, 한국, 대만이 장기 구매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오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무역 전쟁’을 비롯한 주요 분야에서 국정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는 미국 백악관은 한국 등 국가의 알래스카 LNG 구매 약속을 한층 압박할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국가 에너지 지배력 위원회’가 오는 6월 2일 알래스카에서 개최하는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일본 등이 LNG 투자의향서에 서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1월 7일 한국을 처음 국빈 방문했을 당시에도 알래스카 천연가스 인프라 개발 협력 언급했다. 가스공사는 2017년 6월 AGDC와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3년간 AGDC사의 사업은 무산된 바 있다.

미국에서 환경 보호 문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알래스카 자원 개발에 관한 정부 정책이 크게 바뀌고 있어 트럼프 신정부 임기가 끝난 뒤인 2030년에나 상업 생산이 가능할 이 프로젝트의 정치적 안정성도 논란거리다.

산업부 복수 관계자는 “실사단 현지 출장을 위해 알래스카주, AGDC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있으나 자료가 오지 않고 있다”면서 “실사단 출장은 요청한 자료 등이 오면 검토한 후 일정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