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췄다.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부과 정책이 주요한 원인이다. 금융권에선 한국이 대미 협상에서 관세를 낮춘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이 지속된다면 성장률이 0.5%포인트(p) 떨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수출 불확실성을 극복할 대안은 내수진작 뿐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국내 소비와 투자, 생산을 늘려 성장을 제고할 비상한 부양책을 찾아야 한다.
23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GDP 성장률 잠정치 2.0% 중 내수 기여도는 0.1%p에 불과했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1.9%p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 규모 상위 20개국 중 관련 통계가 있는 10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평균 내수 기여도는 1.6%p였다. 인도네시아가 5.5%p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2.8%p), 영국(2.4%p), 스위스(1.7%p), 캐나다(1.5%p) 순이었다. 한국은 네덜란드(0.8%p), 이탈리아(0.4%p), 독일(0.3%p), 프랑스(0.3%p) 다음으로 10개국 중 꼴찌였다.
IMF의 22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는 2.8%로 1월 3.3%보다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 전망치는 반토막 나 IMF 분류 선진국 중 낙폭이 가장 컸다. 이미 국내외 주요 민간 기관에선 0%대 성장률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한·미는 24일 워싱턴 DC에서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협의’로 양국간 논의를 본격화하는데, 성공적인 협상 결과로 이어진다고 해도 미·중 간 갈등 여하에 따라 수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10% 기본관세만을 부과한다고 해도 미·중 간 100% 넘는 상호관세가 유지되면 한국 성장률은 0.5%p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중 협상은 우리가 개입하거나 바꿀 수 없는 일이다. 한·미 협상은 상대의 의지와 계획이 주요 변수다. 반면, 내수는 경기 변동과 정부 정책이 좌우한다. 당장 12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집행하고, 경기 대응을 위한 더 큰 규모의 후속 추경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가계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기업의 투자·생산을 촉진할 수 있는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서민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한 세제혜택과 직접·금융지원, 내수 산업 보호와 육성, 공공투자 확대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