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주택 다운사이징의 현황과 과제’

고령층 자산 85% 이상 부동산 등에 편중

가용현금 적어 생활비·의료비 마련 어려워

유연한 자산 운용엔 주택 다운사이징 유리

작은 집 유도 위해 연금저축 등 세혜택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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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고령 은퇴가구에는 주택 다운사이징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고령 은퇴가구에는 주택 다운사이징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고령 은퇴가구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작거나 저렴한 집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주택 다운사이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산세, 보험료, 유지비 등 주거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매각 차익을 부채 상환이나 저축, 투자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21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고령화 시대, 주택 다운사이징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우리나라 은퇴 가구 중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가구의 비중은 57.0%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꼴로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이는 고령층 자산의 유동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2024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가 보유한 자산의 85% 이상이 실물자산, 주로 부동산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용현금이 적은 구조인 만큼 생활비나 의료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연구소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 보장과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거주주택을 활용한 현금성 자산 확보가 필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고령가구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가족 구성원이 적지만 주거 면적은 넓은데 이를 유동화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1~2인 가구 비중은 81.3%로 집계됐다. 65세 이전 1~2인 가구 비중이 51.3~56.4% 선인 데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가족 구성원 수 감소와 별개로 기존 주택을 유지하고자 하는 편이라 노인가구의 93.4%는 이사계획이 없고 이사하더라도 현재와 동일(37.7%)하거나 더 넓은 곳(40.5%)으로 이사하려는 의사가 컸다.

정윤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 유동화는 단순히 자산 현금화 차원을 넘어 노후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며 주택연금과 주택 다운사이징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일단 주택연금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연금형식으로 매월 분할 지급받고 대출 원리금을 계약 종료 시점에 일시 상환하는 제도다. 거주주택을 팔지 않고 계속 거주하면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으나 대상주택의 가격, 가입연령, 주택유형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보다 유연한 자산 운용을 원하는 고령층에게는 주택 다운사이징이 실질적이고 더 선호되는 유동화 전략이라고 연구소는 제시했다.

주택 다운사이징의 주요 특성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주택 다운사이징의 주요 특성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주택 다운사이징은 주택연금 가입 자격이 되지 않거나 투자, 상환, 상속 등에 유연하게 자산을 활용하고자 하는 고령층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주택연금보다 즉각적인 자산 유동화가 가능하고 거주주택 변경에 따른 비용 절감과 주거 환경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다만 다운사이징 때 발생하는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사 시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인해 금전적 이득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고 신규 주택 취득 과정에서 양도세, 취득세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매각 차익으로 일정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투자가 수반돼야 하지만 투자 경험이 적은 고령층의 경우 원금손실에 대한 우려로 예·적금, 보험 등 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투자해 자산 운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여지도 있다.

정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이 주택 다운사이징을 유도하기 위해 연금계좌에 불입 시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나 납입한도, 적용 대상, 세제 지원 등의 폭이 작아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집중된 고령가구의 자산을 연금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 다운사이징을 통한 주택 매각 차익을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납부 시 절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종전 주택의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인 경우에 한해 최대 1억원의 납입한도 내에서만 혜택을 주고 있어 호주와 비교해 혜택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호주의 경우 주택 다운사이징 연금계좌 이전 혜택 대상이 55세 이상이며 10년 이상 거주한 주택을 팔 때 1인당 30만 호주달러(약 2억7000만원), 부부 최대 60만 호주달러(약 5억5000만원) 범위에서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안정적인 주거 다운사이징을 유도하는 세제혜택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영국이나 미국처럼 기존 주택이 팔리기 전에 더 작은 주택을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단기대출을 제공하는 등의 ‘브리지 파이낸스(Bridge Finance)’ 상품 제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