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예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에서 합산 9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올리며 독주태세를 굳혔다. 국민의힘은 후보 8명을 2개 조로 나눠 1차 경선 토론회를 열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이 최대 논쟁 거리였다. ‘반(反) 이재명’에는 한 목소리였으나, 다만 누가 더 선명한가를 두고 경쟁했다. 민주당에선 당내 견제와 다양성의 부재가, 국힘에선 집권과 국정운영 비전의 실종이 우려된다.

민주당은 19~20일 차례로 충청권과 영남권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누적 득표율은 이재명 89.96%, 김동연 5.27%, 김경수 5.17%였다. 권리당원 및 전국대의원의 투표 결과로 ‘당심’의 일방적 쏠림이 드러난 것이다.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다. 문제는 이 후보가 얻은 압도적인 수치 자체가 아니라 그의 이념·정책을 검증하고 그와 경쟁할 세력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4·10 총선과 12·3 계엄 및 윤 대통령 파면 사태를 거치면서 당 내 인적 구성과 지지층은 친명 일색으로 재편됐다. 당 바깥에선 ‘진보 지지층’을 놓고 경쟁하던 정의당이 사실상 와해됐다. 당 안팎에서 좌우 어느 쪽으로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고, 이 후보의 언명이 곧 민주당의 노선과 등치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힘 후보들은 탄핵 찬·반을 놓고 충돌했다. 한동훈 후보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우리를 ‘계엄 옹호당’이라고 하는 것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계엄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는 2시간의 해프닝”이라고 했고, 나경원 후보도 “한 후보가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이라고 맞섰다. 양향자 후보가 토론회 도중 이재명 후보의 인공지능 공약 쪽지를 찢는 모습까지 연출할 정도로 각 후보들은 이 후보 대항마로서 스스로를 부각하기 위해 애썼다. 이 와중에 국힘 경선을 흔드는 변수가 잇따라 돌출했다. 없던 일이 됐지만 ‘윤석열 신당설’이 나와 논란이 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의 인터뷰가 보도됐다.

무오류의 권력 없고, 견제 없는 권력은 위험하다. 반성과 쇄신 없이 ‘반정립’에만 매몰된 세력엔 미래가 없다. 민주당과 국힘 양당에서 어느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국난과 분열을 극복할 비전과 정책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국민 통합을 제일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현명하고 엄중한 감시와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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