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발효 과정  없는 출애급 비상식량 무교병(또는 무효병) 마차 빵[이스라엘 관광청 제공]
누룩 발효 과정 없는 출애급 비상식량 무교병(또는 무효병) 마차 빵[이스라엘 관광청 제공]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난 4월 12~19일 이어진 유대교의 유월절(Pesach)은 이스라엘 민족이 고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벗어나 자유를 찾은 것을 기념하는 중요한 절기다.

이 기간에는 발효된 빵 섭취가 금지되며 대신 누룩을 넣지 않고 만든 무교병(無酵餠:무효병이라고도 발음)이라 불리는‘마차(Matzah)’를 먹는 전통을 따른다. 출애급기 난민들이 먹던 비상식량이다. 이는 유대교와 기독교 신앙 모두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여겨진다.

유월절을 맞아 주민과 관광객 모두 따뜻한 봄 날씨 속 해변, 자연 보호구역 및 국립공원 등 다양한 관광 명소를 찾아 활기를 띠었다.

신앙의 빵, ‘마차’를 만들고 있는 파티셰
신앙의 빵, ‘마차’를 만들고 있는 파티셰

고대 이집트에서 빵은 곧 삶을 의미했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어에서 ‘빵’을 뜻하는 ‘아이쉬(Aish)’는 ‘생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발효를 통해 부풀어 오른 이집트의 빵은 풍요와 문명의 상징이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이집트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일 이스라엘관광청에 따르면, 고대 이스라엘 민족은 부풀지 않은 단순한 납작빵을 직접 불에 구워 먹었다. 이러한 무교병 요리법은 자유롭고 이동이 잦은 그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유대교 경전인 토라에는 “이집트인들은 히브리인들과 함께 빵을 먹을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통해하여 이집트 문명과 발효 문화를 떠나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며 무교병, 즉 마차를 먹게 된 역사적 배경을 보여준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마차의 전통은 단순한 음식 문화를 넘어서 억압과 통제로부터의 해방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 되었다고 관광청은 소개했다.

이스라엘 올리브
이스라엘 올리브

현재 이스라엘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마차는 마초트 예후다(Matzot Yehuda), 마초트 아비브(Matzot Aviv), 마초트 리숀(Matzot Rishon) 등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대형 공장에서 생산된다.

수제 마차는 초정통파 공동체 및 종교법을 따르는 전통적인 빵집에서 소량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전통 방식으로 제작되는 마차는 반죽, 롤링, 베이킹까지 모든 과정을 18분 이내에 손으로 완성해야 하며 발효가 일어나는 것을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 아래 만들어진 마차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당시 먹었던 맛과 향을 현대에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스라엘 마차를 먹어보며, 믿음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고난과 승리를 맛보면 어떻까.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