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입시학원·강사간 ‘수능 문항 거래’ 커넥션
일타강사 교재 실린 수능영어 23번문항 사건도 수사
100명 검찰 송치
![경찰이 지난 2023년부터 약 1년 8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사교육 카르텔 사건’에 연루된 현직 교원과 입시학원 일타강사 등 100명을 검찰에 넘겼다. [뉴시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7/news-p.v1.20250316.91e17c45762649edaeb7ea74d9625f94_P1.jpg)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경찰이 지난 2023년부터 약 1년 8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사교육 카르텔 사건’에 연루된 현직 교원과 입시학원 일타강사 등 100명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교육 카르텔 관련 피의자 126명을 입건·수사해 총 10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100명 중 현직 교사는 72명, 강사 11명, 학원 대표 등 직원 9명, 평가원 직원·교수 등이 5명이며 사교육업체 법인이 3곳이다. 국내 대형 사교육업체와 소속 강사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찰은 2023년 7월 교육부의 청탁금지법위반 등 최초 수사의뢰서를 접수하고, ‘현직 교원들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뒤 고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자체첩보까지 입수해 내사와 수사에 동시 착수했다. 이후 교육부와 감사원에서 추가 수사의뢰서 등을 접수한 경찰은 사교육업체와 관련자 주거지 등에 7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피의자 126명을 포함한 관련자 총 194명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수사한 사교육 카르텔 사건은 총 24건(교육부 수사의뢰 등 5건, 감사원 수사의뢰 17건, 자체첩보 2건)이다. 이 가운데 입건 대상자는 현직 교원(퇴직자 포함) 96명, 사교육업체·강사 관계자 25명, 기타 5명 등 총 126명이다. 주요 사건은 ▷현직 교원과 사교육업체·강사 간 문항 거래 사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 유출 사건 등으로 나뉜다.
현직 교사-입시학원·강사 간 ‘수능 문항 거래’ 커넥션
![문항제작팀 조직 개요 [경찰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7/9/news-p.v1.20250417.4f7cf7d9f14544a09a3eaa553e84d02b_P1.jpg)
우선, 경찰은 현직 교원과 사교육업체·강사 간 수능 관련 문항을 거래한 사건을 수사하고 연루된 교원 47명과 사교육업체·강사 19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당시 현직 교사이던 A씨 등 47명은 2019~2023년 업무 외적으로 수능 관련 문항을 제작해 사교육업체나 강사 등에게 이를 판매해 총 48억6000만원 상당의 금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교사 1명이 최대로 수수한 금액은 2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업체 강사 B씨 등 19명은 이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교원들은 대담한 범행 수법을 보였다. 수능 출제위원·검토위원 경력의 현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문항제작팀’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입시학원과 강사 등에 문항을 판매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현직 교사 A씨는 수능 출제·검토위원 출신 다른 교사 8명과 함께 문항제작팀을 구성하고 아르바이트 대학생들로 구성된 ‘문항검토팀’ 조직을 총괄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교사는 특정 과목 문항 2946개를 제작해 B씨 등 사교육업체 강사 등에게 판매하고 총 6억2000만원 상당을 받았다. 이들 사이의 거래는 문항 1개당 통상 10~50만원 사이로 책정됐고, 문항 20~30개를 세트로 묶어 거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능 前 일타강사 교재에 실린 수능영어 23번 문항
![수능 영어 23번 동일 지문 출제 관계도 [경찰청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7/9/news-p.v1.20250417.c392bb083eb34a1b998e6aa59d629aac_P1.jpg)
경찰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특정 학원 일타강사가 출간한 모의고사 교재에 수록된 사건과 관련해서도 교육부·감사원의 수사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영어 문제를 출제한 대학교수 C씨는 2022년 감수한 EBS 교재에서 해당 지문을 처음 보고 별도로 저장해뒀다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D강사의 사설 교재에 실린 유사 문항은 다른 현직 교사 E씨가 제작해 D강사에게 판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수능 출제위원과 사설 교재 관계자들의 계좌 및 통신, 전자우편 내역 등을 종합한 결과 이번 수능 영어 23번 문항 유출 사건에서 대상자들 간 유착관계 등 연결성을 의심할 만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EBS 교재 집필·감수 참여자들이 보안서약서를 위반해 정식 발간 전 교재를 외부로 유출한 행위 ▷현직 교원들이 사교육업체·강사에 사적으로 문항을 제작·판매한 행위 ▷평가원의 매뉴얼 규정을 위반해 이의신청에 대한 이의심사를 무마한 행위가 모두 원인이 됐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특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모의평가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서 늘 ‘기출 중복 체크’를 위해 시중에 있는 사설 교재를 구매해 왔는데, 2023학년도 수능 출제 과정에서는 이 같은 사설 교재와의 중복성 검증에 소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별다른 이유 없이 D강사의 교재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수능 영어 23번 문항과 D강사 교재 문항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이의신청이 다수 들어왔는데도 평가원이 이에 대한 심사를 무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EBS 교재를 감수한 뒤 해당 내용으로 수능 영어 23번 문항을 출제한 교수 C씨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능영어 일타강사 D씨에게 발간 전 EBS 교재를 지속적으로 유출한 교원 E씨 등도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됐다. 또한 평가원 매뉴얼 규정을 위반해 이의신청에 대한 이의심사를 무마한 평가원 F씨 등도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송치됐다. 경찰은 이 밖에도 소속된 고등학교의 내신시험에 과거 특정 사교육업체 또는 강사에게 판매했던 문항을 출제한 혐의를 받는 현직 교원 G씨 등 5명도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각각 검찰에 넘겼다. 대학교 입학사정관이 고3 수험생 8명의 대입 자기소개서를 지도해 준 대가로 약 310만원을 받은 사건 등도 이번 사교육 카르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지속 협의해 대학입시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고 건전한 교육 질서가 확립되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y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