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투어와 알뜰한 외식팁 활용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미국여행을 할때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 중하나는 현지 전문가와 함께하는 무료 도보 투어이다.
이는 비용문제를 해결할 뿐 만 아니라 도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보스턴에서는 2.5마일에 걸친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을 따라 매사추세츠주 의사당(Massachusetts State House), 폴 리비어 하우스(Paul Revere’s House) 등 16개 유적지를 걸으며 미국 건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뉴올리언스에선 NOLA 투어 가이(NOLA Tour Guy)가 운영하는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 도보 투어를 통해 재즈의 근원과 독특한 건축양식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도보 탐방이 매력적인 도시로는 뉴욕이 빠질 수 없다. 프리 투어스 바이 풋(Free Tours by Foot)은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an),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등을 중심으로 ‘지불하고 싶은 만큼 내는(pay-what-you-wish)’ 방식의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시티가이드(San Francisco City Guides)가 차이나타운에서 금문교까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다양한 코스를 제공한다. 건축에 관심 있는 방문객들에게는 프리 시카고 워킹 투어(Free Chicago Walking Tours)가 제격이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스카이라인과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 더 루프(The Loop) 등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의 독창적인 건축미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기념비와 추모비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걸으며 살펴볼 수 있어, 교육적인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된다.

▶알뜰한 외식 팁
현지 로컬 마켓은 신선한 먹거리부터 특색 있는 간식, 지역 주민의 일상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캘리포니아주 샌루이스오비스포(San Luis Obispo)의 ‘다운타운 파머스 마켓(Downtown San Luis Obispo Farmers Market)’은 매주 목요일 열리며, 2025년 50주년을 맞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연중 야시장 중 하나다. 도심 5블록을 따라 100여 개 노점이 펼쳐져 있어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플로리다주 잭슨빌(Jacksonville)의 리버사이드 예술 시장(Riverside Arts Market)은 매주 토요일, 풀러 워런 브리지(Fuller Warren Bridge) 아래에서 열리며, 신선한 농산물과 핸드메이드 공예품,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한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1907년부터 이어져 온 미국 대표 공공 시장으로, 지금도 매일 활기차게 문을 연다. 수공예품과 신선한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는 물론, 상인들이 생선을 던지며 주고받는 퍼포먼스는 마켓의 명물로 손꼽힌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마켓 스퀘어(San Antonio Market Square)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멕시코 시장으로, 현지 음식과 기념품을 한자리에서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다.
레스토랑 주간(Restaurant Weeks)도 합리적인 가격에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행사 기간에는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메뉴를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뉴욕 레스토랑 주간(New York City Restaurant Week)은 매년 겨울과 여름, 연 2회 열리며 수백 개 레스토랑이 참여한다.
로스앤젤레스의 ‘다인 LA(Dine LA)’는 매년 1월과 7월 약 2주간 운영되며, 지역 대표 레스토랑들의 특별가 코스 메뉴를 선보인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여름철 ‘쿨리너리 뉴올리언스(COOLinary New Orleans)’를 통해 다양한 할인 메뉴를, 샌타페이에서는 늦겨울 ‘레스토랑 주간(Santa Fe Restaurant Week)’을 통해 지역 미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지역 축제 & 문화 행사
미국 곳곳에서는 계절마다 특색 있는 지역 축제와 문화 행사가 열려, 여행 일정에 특별함을 더해준다.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많아 예산 부담 없이 현지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매달 첫째 주 목요일 또는 토요일마다, 북동부 예술 지구(Northeast Minneapolis Arts District) 내 갤러리와 아트 스튜디오가 일반에 개방된다. 특히 매주 토요일에는 ‘오픈 세터데이스(Open Saturdays)’를 통해 노스러프 킹 빌딩(The Northrup King Building)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또한, 매년 5월 셋째 주 주말에는 1,600여 명의 지역 예술가가 참여하는 ‘아트 어 휠(Art-A-Whirl)’이 개최돼, 작가 시연, 체험 프로그램, 라이브 음악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미국 남부의 대표적인 축제인 뉴올리언스의 마디그라(Mardi Gras)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행사다. 매년 2~3월 열리는 이 축제는 화려한 퍼레이드, 환상적인 플로트(float), 다채로운 의상과 가면으로 거리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 지역 음악과 전통, 음식이 어우러져 뉴올리언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워싱턴 D.C.에서는 매년 3월부터 4월 초까지 ‘내셔널 체리 블로섬 페스티벌(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이 열려, 벚꽃이 만개한 내셔널 몰을 배경으로 퍼레이드, 공연, 불꽃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외에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포함한 주요 문화 명소가 연중 무료 개방돼 있어 도심 속에서도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는 10월 초 ‘앨버커키 인터내셔널 벌룬 피에스타(Albuquerque International Balloon Fiesta)’가 개최된다. 이른 아침 하늘을 수놓는 수백 개의 열기구 이륙 장면은 장관이며, 인근 들판에서는 다양한 무료 이벤트가 함께 진행된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St. Petersburg)의 ‘샤인 벽화 축제(SHINE Mural Festival)’는 공공예술 애호가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행사다. 10월 중 열흘간 도시 곳곳에 새로운 벽화가 그려지며, 거리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같은 시기 조지아주 애신스(Athens)에서는 미국 남동부 특유의 지역 커뮤니티가 살아 숨 쉬는 ‘히스토릭 애신스 포치페스트(Historic Athens Porchfest)’가 열린다. 하루 동안 여섯 개의 역사 지구에 위치한 150여 채의 주택 현관에서 약 200개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져, 마을 전체가 음악으로 하나 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야외 모험 & 명소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미국은 수많은 무료 야외 명소를 제공한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아도,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 외곽에 위치한 레드 록스 파크 & 원형극장(Red Rocks Park & Amphitheatre)은 유료 공연이 없는 날이면 무료로 개방된다. 공연자 명예의 전당(Performers Hall of Fame)이 있는 방문자 센터도 놓치기 아까운 공간이다. 플로리다주 마틴 카운티(Martin County)는 남부 해안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간직한 지역으로, 해변 대부분이 무료로 개방돼 있다. 팜비치 인터내셔널, 포트로더데일, 마이애미, 올랜도 등 4개 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어, 교통 편의성까지 뛰어나다. 하와이의 해변은 전면 무료 개방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해변마다 독특한 경관과 분위기를 갖고 있어, 어느 섬을 방문하더라도 부담 없이 최고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뉴욕주에 위치한 나이아가라 폭포 주립공원(Niagara Falls State Park)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장대한 폭포 전망은 물론, 가이드 하이킹과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로드트립 & 드라이브 명소
미국의 드라이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여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험이다. 경치 좋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명소와 풍경, 현지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켄터키주 동부에 위치한 미국 23 컨트리 음악 하이웨이(U.S. 23 Country Music Highway)는 지역 곳곳에 스며든 음악 유산을 따라가는 노선이다.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전설적인 아티스트의 고향과 박물관을 방문하는 특별한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서부에서는 캘리포니아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acific Coast Highway)가 대표적인 드라이브 명소로 꼽힌다. 유럽풍 해변 마을 카멜바이더시(Carmel-by-the-Sea)에서 출발해 빅 서(Big Sur)의 거친 자연을 향해 달리면, 태평양의 광활한 풍경이 창밖에 펼쳐진다.
2026년 100주년을 맞이하는 66번 국도(Route 66)는 미국 로드트립의 상징과도 같은 길이다. 시카고에서 시작해 샌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까지 이어지는 이 전설적인 노선은, 시간 여행을 하듯 고전적인 미국의 풍경과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정의 시작점인 시카고에서는 윌리스 타워(Willis Tower),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건축 리버 크루즈(Chicago Architecture River Cruise) 등을 통해 도시적 매력을 먼저 경험할 수 있다.

이어지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는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를, 캔자스주 걸리나(Galena)에서는 픽사 애니메이션 ‘카(Cars)’의 캐릭터 ‘메이터(Mater)’에 영감을 준 견인차가 전시된 ‘카 온 더 루트(Cars on the Route)’를 만나볼 수 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에서는 밤마다 66번 국도 네온사인과 메도우 골드 네온사인이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고, 텍사스주 애머릴로(Amarillo)의 식스 스트리트 역사 지구(Route 66-Sixth Street Historic District)는 빈티지한 미국 로드트립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뉴멕시코에 들어서면 로드사이드 모텔과 클래식 다이너 같은 옛 감성 가득한 풍경이 이어지고, 애리조나에서는 플래그스태프(Flagstaff)와 윈슬로(Standin’ on the Corner Park) 같은 상징적 장소들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캘리포니아에 접어들면 로스앤젤레스와 비벌리 힐스를 지나, 샌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에 세워진 ‘길의 끝(End of the Road)’ 표지판을 맞이하며 여정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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