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12조원대로 편성하기로 했다. 당초 발표보다 2조원 늘어난 규모다. 영남권 산불 등 재해·재난 대응에 3조원 이상,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4조원 이상, 그리고 민생 지원에 4조원 이상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도 33조원으로 7조원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 중 5000억원은 추경 편성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늦어도 다음 주초에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촉구했다.
최 부총리가 적정선으로 여겼던 10조 추경을 내려놓고 경기 진작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 지적을 수용해 추경 규모를 2조 증액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애초 주장해 온 30조원은 물론 한국은행이 제안한 규모와도 격차가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 답변을 통해 “추경을 15~20조원 규모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 정도면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보다 미국발 상호관세로 통상전쟁이 본격화한 상황이고,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져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진 데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경제·사회적 위기감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좀 더 과감한 추경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심의 과정에서 최소 15조원까지 증액하겠다”한 배경이다.
추경 규모가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조속한 집행이 더 중요하다. 예고된 태풍에 집과 건물, 제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취약한 곳을 살피고 보수하듯 관세 90일 유예기간 동안 내수 침체로 벼량끝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수출 시장 붕괴로 생존기반이 무너질 위기의 중견· 중소기업들이 버틸 힘을 지원하는 데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는 추경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에 나설 각 당 최종 후보가 다음달 초 결정되면 대선용 선심 경쟁과 맞물려 추경이 또다시 표류할 공산이 크다. 그 전에 여야가 ‘2조원+알파(α)’ 증액을 협의해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의 회복을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대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절대 다수가 ‘빠른 추경 편성’을 꼽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패키지로 추진하면 효과가 더 크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지만 환율 불안 탓에 여의치 않다.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추경에 힘을 실어줄 때다. 타이밍을 놓치면 헛심만 쓰게 된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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