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기초공제→상속인별 공제로
배우자는 10억까지 전액 稅경감
자녀도 1인당 5000만원→5억 확대
최고세율 조정, 정치권안은 배제


정부가 12일 발표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은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동시에 인적 공제를 대폭 손질해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녀 1인당 공제가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배우자는 10억원까지 제한 없이 상속받을 수 있다.
일괄 공제로 여러 상속인이 혜택을 봐야 하는 ‘두루뭉술’한 공제 방식은 폐지하고 공제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각자 받은 만큼만 상속세를 내는 유산취득세의 취지를 고려하면, 공제 역시 각자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괄·기초공제를 인적공제로 흡수...자녀 많을수록 유리=이번 유산취득세 방안에 따르면 피상속인(사망자)의 상속재산에서 일괄공제(5억원)와 기초·추가공제 합계(2억원+α) 중 ‘큰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은 폐지된다. 추가공제 중 자녀공제가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해 일괄공제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경우 자녀 수 1명이든 6명(5000만원×6명=3억원)이든 공제액이 같다.
개정안에서는 일괄·기초공제를 ‘인적공제’로 흡수하고, 추가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인적공제는 대상에 따라 공제액을 달리 적용한다. 자녀 등 직계존비속은 1인당 5억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은 2억원이다. 각각 기존의 일괄·기초공제 수준 이상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녀가 많을수록 전체 공제액이 늘어난다는 점은 기존 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간 인적공제에서 배제됐던 수유자에 대한 공제기준도 마련됐다. 수유자는 상속인은 아니지만 유언 등에 따라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자로, 직계존비속과 기타 친족에 각각 5000만원, 1000만원을 공제해준다. 이는 현 증여 공제 수준과 동일하다.
추가공제는 기존 대상에서 자녀를 제외하고 미성년(19세까지 연수×1000만원), 장애인(기대여명×1000만원), 연로자(1인당 5000만원)에 한해 적용한다.
▶배우자, 10억원까지는 제한없이 전액 공제=배우자 공제는 배우자가 받은 재산만큼 공제받도록 제도가 개편된다.
현행 배우자 공제는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기본으로 최저와 최대한도를 적용해 산정한다. 배우자는 실제 상속받은 금액이 없는 경우를 포함해 상속금액이 5억원 미만일 때도 최소 5억원은 공제받을 수 있다. 상속금액이 5억원 이상일 때는 법정상속분(배우자 1.5·자녀 1인당 1)과 30억원 중 ‘작은 것’을 최대한도로 정한다. 법정상속분이 30억원보다 많으면 30억원까지는 공제를 해준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 중 최저한도가 받은 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삭제하고, 최대한도만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상속재산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에 상관없이 ‘전액 공제’해주는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20억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할 때, 한 사람이 피상속인이 되더라도 그 배우자가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에 관계없이 상속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상속세 부담으로 ‘집 파는’ 사례는 안 나오게 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소한 받을 수 있는 인적공제 한도를 10억원으로 설정, 이에 미치지 못하면 직계존비속에게 혜택을 더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모든 상속인·수유자의 인적공제 합계가 10억원 미만일 때 그 미달액을 직계존비속 상속인에게 추가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상에서 부모 중 한 명이 피상속인이 됐을 때 배우자공제 5억원,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하면 사실상 10억원이 ‘면세점’(세금면제 한도)이 된다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비거주자에 대해서도 개인별 공제액을 설정했다. 상속인은 배우자 2억원, 그 외 1억원이며 수유자는 1000만원이다. 현재 적용하는 기초공제(2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상속세 최고세율 조정 등 정치권안은 안 담겨=제도 변화에 따라 상속인들의 상속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상속재산이 18억원이고 이를 배우자(9억원)와 자녀 3명(각 3억원)이 상속받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배우자공제 6억원, 일괄공제 5억원 등 총 11억원을 공제받는다. 제도가 바뀌면 배우자 공제 9억원을 포함해 각 자녀당 기본공제 3억원을 적용해 전액을 상속세 없이 물려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물려 줄 게 많은 고액자산가와 그 가정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부자감세’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안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상속세 최고세율(50%) 조정, 일괄공제 상향, 배우자 전액공제 등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산취득세 전환과는 별개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검토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이뤄지는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지만 유산세든 유산취득세든 인적공제 확대가 우선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만약 배우자 전액공제를 정부안을 바탕으로 추진한다면 최대한도에서 30억원을 빼고 법정상속분만 남기거나, 아예 한도를 지우는 방식 등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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