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기업 채용 시장이 더욱 얼어붙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61.1%가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한다. 지난해보다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대기업 채용 한파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이유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 긴축이지만, 고용 경직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채용 축소가 두드러진 업종은 건설(75.0%), 석유화학·제품(73.9%), 금속(66.7%), 식료품(63.7%) 순으로 대부분 전통 제조업 분야다. 최근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곳들이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문제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석유화학과 금속 업종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축된 상태다. 기업들이 채용 축소의 주요 이유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 긴축(51.5%)을 꼽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전적으로 경기침체만 탓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고용 경직성(8.8%)도 신규 채용을 어렵게 만드는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구조조정이 어렵고, 고정된 인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확대하려면 인력 조정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아 대거 공개 채용 대신 필요할 때 경력직 채용이나 중고 신입(경력이 있는 신입)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대졸 신입들의 취업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기업이 기술 환경 변화와 경기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려 해도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기 어렵고, 신산업에 맞는 인력을 원활히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10년째 신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노동 경직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채용 위축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호봉제에서는 고령 노동자들에 대한 높은 임금 부담으로 기업은 젊은 인력을 추가로 뽑기보다는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직무와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주52시간 규제도 기업이 고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정부 차원의 산업 전환에 따른 재교육도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우리만 틀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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