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오픈AI·네이버 ‘로봇’ 전쟁 참전

SW가 하드웨어 주도…기술 패러다임 전환

모건스탠리 “로봇 SW 시장 8경원 달할 것”

구글의 제미나이 2.0 출시 영상에 등장한 로봇 [구글 공식 유튜브 캡처]
구글의 제미나이 2.0 출시 영상에 등장한 로봇 [구글 공식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국내외 소프트웨어 기업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신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로봇이 인공지능(AI)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인 만큼, 소프트웨어 기업이 로봇이라는 하드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도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리얼리티탭스 하드웨어 부문 내 휴머노이드 로봇 전담팀을 신설하고, 마크 휘튼 전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

오픈AI도 미국 정부에 제출한 상표 등록 신청서에 ‘로봇’을 포함하면서 로봇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지난 4일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로봇 기업을 탐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며 방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구글 또한 지난 13일 로봇 개발 스타트업 앱트로닉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전날 글로벌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가 선정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100대 핵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사옥 1784에 대해 로봇 친화형 건물 인증을 획득, 택배 배송·길 안내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서비스 로봇 ‘루키’ 등을 운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로봇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로봇 서비스 ‘브링(BRING)’에 배송, 청소 등 여러 기능을 갖춘 로봇을 연동하는 등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로봇 간 역할과 동선 등을 조율하는 통합 설루션으로서 플랫폼 역량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경기도 성남시 판교사옥 ‘1784’를 누비는 배송 로봇 ‘루키’ [네이버랩스 공식 유튜브 캡처]
네이버 경기도 성남시 판교사옥 ‘1784’를 누비는 배송 로봇 ‘루키’ [네이버랩스 공식 유튜브 캡처]

주목할 것은 이들 기업이 모두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란 점이다. 업계는 AI 혁신을 불러온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이 로봇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하는 주도권 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한 IT 기업에 재직 중인 개발자 최모씨(32세)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자사 기술을 담는 플랫폼을 계속해서 바꿀 수밖에 없다”며 “웹→스마트폰→로봇 순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 기업이 개발을 주도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앱 생태계 구축하는 등 소프트웨어는 지원 역할에 머물렀다”며 “반면 로봇은 스스로 행동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AI가 중요해져,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도하기 쉬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LLM이 로봇의 핵심 기술인 거대행동모델(LAM·Large Action Model)의 토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2025년 화두로 LLM을 활용한 ‘AI 에이전트’가 등장했는데, 이는 AI가 자신이 판단해서 ‘행동’을 한다는 의미”라며 “이는 LAM의 발판이 되는 서비스로, AI 에이전트의 미래는 곧 로봇을 점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선공개한 자사 AI 모델에 맞춰 로봇을 제작하는 모습이다. 앤드루 보스워스 메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라마(메타의 LLM) 기능 극대화 목표로 소비자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구글은 2023년부터 LLM를 로봇에 적용한 RT-1, RT-2, 오토RT 등의 모델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으며, 제미나이 2.0 출시 영상에서도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를 선보인 바 있다.

한편, 전 세계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은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를 통해 로봇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 내 최대 60조달러(약 8경66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cham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