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3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4월 1일까지 무역 상대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면밀히 검토한 뒤, 차등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에 대한 10% 추가관세와 캐나다·멕시코 25% 관세(한 달 유예),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그야말로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관세 대통령 각서 서명 후 “미국에 부과되는 관세 이상도 이하도 부과하지 않겠다”며 “면제나 예외를 기대하지 말라”며 엄포를 놨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얘기다. 백악관은 브라질의 에탄올, 인도 오토바이, 유럽 자동차 등을 콕 집어서 불공정 사례로 제시했는데 미국의 관세보다 상대국이 적게는 4배에서 수십배 높은 관세를 붙여 상당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가별·품목별로 정밀 타격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상호관세 개념을 비관세 장벽까지 포함했다는 점이다. 상대국의 조세 정책, 환경 규제, 환율 조작 여부까지 평가해 맞춤형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미국 정보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세’와 안전·환경·품질 기준 등을 담은 자동차 인증제도 등이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지목됐다. 미국 우선주의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기존의 통상 질서에서 예상할 수 없는 어떤 조치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애초 상호관세는 이날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달 반 간 유예됐다. 모든 무역 상대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검토한 뒤 국가별 차등화된 관세율을 도출하겠다는 건데, 개별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나 완화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각국의 발걸음이 분주해질 수 밖에 없다. 블룸버그 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즉시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opening bid)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 이유다.
한국도 ‘불공정’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에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의 대미 수출 1·2위 품목이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를 최소화할 외교·통상 협상 전략을 정교하게 짜고 필요하다면 현지 생산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 멕시코· 캐나다 등 우회로도 막힌 상태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강조했는데 현지화 압박이다.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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