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연간 역대 두 번째에 12월 최대 지만

반도체 수출 호황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지 장담 못해

올해는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속 美·中 무역전쟁 가능성

1월 무역수지 적자 전환…“경상수지 흑자 폭 크게 줄 것”

수출입은행 분석 수출선행지수 또한 2개 분기 연속 하락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분석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서 무역 환경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국내 한기업의 반도체 공장 모습 [헤럴드DB]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분석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서 무역 환경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국내 한기업의 반도체 공장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홍태화·김은희 기자]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1월부터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이에 경상수지 흑자 폭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1분기 수출이 4%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갈등으로 전반적인 통상 환경이 격변하고 있는 것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를 필두로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작년 연간 반도체 수출은 1437억7000만달러로 2023년(1006억7000만달러) 대비 42.8%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인공지능(AI) 관련 글로벌 투자가 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외에도 정보통신기기와 선박 수출이 크게 늘었고 2023년 대폭 쪼그라들었던 화공품, 화학제품의 수출 감소세는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정보통신기기는 360억7000만달러에서 423억4000만달러로, 선박은 208억2000만달러에서 245억달러로 각각 17.4%, 17.7% 증가했다. 승용차의 경우 작년 한 해 683억3000만달러를 수출하며 2023년(682억6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화공품의 수출은 835억8000만달러로 전년 865억7000만달러 대비 3.4% 감소했으며 기계류·정밀기기와 석유제품이 각각 726억2000만달러에서 724억8000만달러, 523억9000만달러에서 507억2000만달러로 0.2%, 3.2% 줄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수출이 지난해 1829억8000만달러로 2023년(1545억달러) 대비 18.4% 늘며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이 1248억2000만달러에서 1330억4000만달러로 6.6% 상승했으며 미국이 전년(1157억달러) 대비 10.4% 늘어난 1277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중국을 바짝 뒤쫓았다.

컨테이너가 산적해 있는 부산 신항 모습. [헤럴드DB]
컨테이너가 산적해 있는 부산 신항 모습. [헤럴드DB]

그러나 올해에도 경상수지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일단 당장 1월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전체 지표는 흑자를 유지하더라도 그 폭은 상당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올해 1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며 “이에 따라 1월 경상수지도 흑자 폭이 지금 상당히 매우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는 1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이어온 흑자 행진이 끝났다.

수출 규모가 1분기부터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1분기 수출이 지난해 4분기(1752억달러) 대비 4% 이상 감소한 1670~168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겠으나, 미국 무역 정책 변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수출 증가율 자체는 축소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전반적 통상 환경 자체가 악화할 수 있다.

신 국장도 “최근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무역정책을 발표하고 있고 여기에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대응책을 내는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호한 반도체 경기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일지가 모두의 관심사인데, 범용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 반도체 규제 때문에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도 많아져 경쟁도 심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사이클(호황)’이 유지될 것이란 생각이었지만 트럼프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관련 정책과 법안이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고,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도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예상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출입은행 분석 결과 앞으로의 수출 상황을 보여주는 수출선행지수 또한 2개 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출 경기 둔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은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가 119.3으로 직전 분기(120.8) 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수출선행지수는 지난해 4분기 하락세로 전환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기 호조는 이어지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정책 변화 등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국 등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기 회복세도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수은은 설명했다.

수출선행지수는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와 수출용 수입액, 산업별 수주현황, 환율 등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종합해 수출증감 정도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든 지수다.

수은은 올해 1분기 수출은 지난해 4분기(1752억달러)보다 줄어든 1670억~168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3% 증가한 규모다.

수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겠으나 미국 무역정책 변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수출 증가폭은 축소될 전망”이라면서 “미국 정책 영향으로 중국 경기 회복세가 더 지연되고 글로벌 경기도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될 경우 수출 증가폭은 더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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