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코트라 런던무역관은 런던 최대 번화가 소호에서 K소비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국 문화와 제품을 영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유통 판로 확대를 위해 추진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나흘간 4000명이 넘는 현지인이 방문했다. 아침부터 팝업스토어 앞에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보수적 소비 성향으로 유명한 영국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우리 제품에 대한 소비가 특정 인종과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적 소비’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이다.
영국에서 한국 문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다른 요소로 한식당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영국 내 한식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한식당 수도 많지 않았다. 당시 제대로 된 한식을 먹기 위해서는 런던 외곽에 있는 한인타운인 뉴몰든까지 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구글맵에 한식당을 검색하면 수많은 식당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했다. 특히 최근 고급 한식당이 런던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주로 한국인을 상대로 했던 간단한 음식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현지인을 타깃으로 한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한식 메뉴를 제공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이 큰 역할을 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K콘텐츠 소비가 급증했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고, 특히 오징어게임은 영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K콘텐츠의 인기 상승은 영국 시장에서 K소비재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 제품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고, 그 영향을 받아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영국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건강·문화적 가치와 윤리적 소비를 반영한 제품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콘텐츠 수출이 1억 달러 증가할 때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 달러 증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도 콘텐츠 수출이 100만 달러 증가할 때 국가브랜드 가치는 41만 달러 높아진다고 한다. 콘텐츠 산업과의 동반 진출은 해외시장 개척에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K소비재의 성공은 과거처럼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는 것에 기인하지 않는다. 영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에 대해 문화적 가치와 윤리적 소비를 기대한다. 예컨대 K뷰티 분야는 피부 건강과 자기 관리에 대한 니즈를 반영한 제품이 인기를 끈다.
친환경 포장과 비건 성분을 강조한 제품의 반응도 뜨겁다. 고추장, 김치 같은 한국 전통 음식이 슈퍼마켓 체인에서뿐만 아니라 영국 음식점에서도 하나의 메뉴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맛과 건강지향적 특성 덕분이다.
앞으로도 K콘텐츠와 K소비재는 유기적 성장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콘텐츠로 한국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 낮아지면, 소비재의 구매로 이어져 문화를 체험하고 다시 콘텐츠를 찾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영국에서 유럽적 감성을 가미해 식품과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브랜드가 존재감을 강화할 때, 여타 유럽 시장으로 확장할 기회가 따라올 것이다.
박대희 코트라 런던무역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