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손수용 기자]“왼손을 곧게 뻗고 그 상태로 한바퀴 돌아라. 그 원의 크기가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복싱은 그 원을 네가 뚫어서 밖의 것을 쟁취해 오는 것이다.”

영화 ‘고’를 본 사람이라면 가슴에 ‘턱’하니 박힌 대사입니다. 영화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복싱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용기이자 도전이라고 가르칩니다.

두서없이 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복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해서 입니다.

누군가는 복싱이 웬말이냐며 코웃음을 칠지 모릅니다. 그래서 미리 밝혀두자면 이 글은 복싱을 전면에 내세운 기자의 성장기 정도가 될 것입니다.

흔히 복싱은 ‘도전’이라고 합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지 모르지만 이제 갓 3년차에 접어든 기자에게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틀림없이 커다란 도전입니다.

처음 복싱을 시작한 순간이 떠오릅니다.

잦은 회식과 폭음으로 망가져버린 몸뚱아리를 보며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68kg에서 80kg, 체중이 12kg이나 늘었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했고, 혼자 부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습니다.

2013년 5월의 어느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타의에 의한 술자리를 마치고 비틀거리며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에베레스트’란 간판을 내건 복싱체육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을 딴 체육관의 이름이 방황하고 있는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 무턱대고 동경했던 복싱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영상을 탐닉하며 그들처럼 사각의 링 위를 올라보고 싶다는 막연했던 꿈이었습니다.

복싱장 안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줄넘기를 하고 샌드백을 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땀 흘리고 우렁찬 기합을 내지리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압도됐습니다. 복싱이 지루하고 반복되는 저의 일상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복싱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복싱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던 황금기가 있었습니다.

장정구, 유명우, 박종팔…. 서양 선수에 비해 자그마한 체구로 거구의 선수들을 눕히는 모습은 국민에게 큰 힘이 되고 응원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맞게끔 모습이 변했습니다. 배고프고 위험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변했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렇게 복싱을 시작했고 어느새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더 큰 목표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바로 ‘프로’가 되는 것입니다. 실패할 수도 있고 도중에 외압(?)에 의해 연재가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오는 23일 관악구에서 열리는 생활체육대회를 시작으로 복싱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직접 대회에 참여해 준비하는 과정과 대회의 생생한 열기를 전하고 ‘프로’ 도전기를 써보는 것입니다. 나아가 복싱을 통해 우리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