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이라크전 참전 사망군인의 부모가 무슬림이라고 비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를 비판했고, 공화당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라크전 참전군인이었던 후마윤 칸에 대해 “캡틴 칸은 영웅이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도 이날 “캡틴 칸과 그의 부모의 희생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캡틴 칸은 미국의 영웅이고, 다른 모든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타적인 젊은이 캡틴 칸과 그 가족의 희생에 감사한다”면서 “특정 종교인 전체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는 칸 가족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표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즉각 “미국에 헌신한 키즈르 칸이 트럼프에게 받은 것은 무슬림에 대한 모욕과 비하뿐”이었다며 “(트럼프는) 무엇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변호사 키즈르 칸과 그의 아내는 지난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부부로 찬조연사로 나섰다. 아들 잃은 아버지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으면서 또박또박 아들의 희생이 지켜낸 ‘미국’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옷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헌법 책자를 꺼내 트럼프를 언급하며“헌법을 읽어본 적이 있기는 하느냐”라며 “알링턴에 가 보았는가? 미국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용감한 애국자들이 묻힌 묘지를 한번 가보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 남과 여의 구분없이, 신앙과 상관없이, 인종 배경과 상관없이 이 나라를 수호하다가 생명을 잃은 용감한 애국자들의 묘지를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희생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TV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감정적으로 보였다”라면서 돌연 “(그런데) 혹시 옆에 서 있는 그의 부인을 보았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말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무슬림이라서 말을 못하고 그냥 서 있기만 한거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의 대응에 미국은 들끓었다. 키즈르 칸은 ABC,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는 영혼이 없거나 영혼이 새까만 사람”이라며 “죽은 자식의 사진을 보고 아내는 감정이 북받쳐올라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CNN에서 그는 “고혈압인 아내가 아들의 사진을 보고 감정을 추스르는 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트럼프는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고 분노했다.
실제로 키즈르 칸 부부는 전당대회 연설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그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칸의 아내가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어려울만큼 몸을 추스리지 못했다고 타임즈 지가 밝히기도 했다.
사지드 타라르는 미 무슬림 공동체연합을 대표해 CNN방송에 나와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분개했다. 트럼프 관계자까지 참가했던 CNN 화상인터뷰는 한때 설전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12년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캡틴 칸’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캡틴 칸의 아버지) 키즈르 칸으로부터 사악한 공격을 받았다. 나도 대응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힐러리이지, 내가 아니다”라고 힐러리 후보를 되려 비난했다. 트럼프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많은 희생을 했다.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비즈니스맨으로서 희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들과 미 언론은 “비즈니스맨이 사람을 고용한 게 어떻게 희생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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