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던 만화가 있다. 바로 다음에서 연재 중인 웹튠 ‘스틸레인’(Steel Rain)이 그것이다. 김정일위원장 사망 직후 한반도의 군사문제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기막힌 타이밍’ 뿐만 아니라 핵전쟁 위기 ,쿠데타 발생, 이중스파이 활약 등 김 위원장 사망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심각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스틸 레인’이 연재되기 시작된 건 올해 5월. 멀쩡히 살아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매개로 작품을 그릴 생각을 하다니 작가가 꽤나 주장 강하고 전투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20일 헤럴드경제와 전화인터뷰를 한 스틸레인의 삽화작가 김태건(35ㆍ필명 ‘제피가루’)는 예상과 달랐다. 힘 뺀 부드러운 말투에 여유까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김태건 작가는 “갑자기 관심을 받으니 당황스럽다”면서 “화제가 된 뒤 글을 쓴 양우석 작가와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진짜 사망했으니 이젠 김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면서 화제의 중심이 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화제가 된 건 좋지만 절대 작품 내용처럼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남ㆍ북 모두 평화를 원하지 않나. 평화롭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을 매개로 작품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김 작가는 “시나리오는 작품의 글을 쓴 양우석 작가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한반도가 당장 전쟁이라도 날듯 술렁이는 것을 보고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생각해봐야 겠단 생각에 미리 써놓은 것”이라면서 “올해 초에 양 작가와 만나 ‘도대체 통일은 언제 할 건가’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것인가’란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작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 속 남북정상회담일을 ‘2013년’으로 설정해놓은 것도 궁금했다. 김 작가는 “이번 정권은 힘들것 같고 정권이 바뀌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과 허구를 아우르다 보니 신경은 두 배로 쓸수 밖에 없었다. 김 작가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 등 등장인물들을 현실과 비슷하게 그리려고 애를 썼다”면서 “인터넷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사진은 다 구해서 북한 유력인사들의 얼굴이나 옷 등을 따라 그리며 특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민감한 주제인만큼 외부 압력이나 위협은 없었을까. 김 작가는 껄껄 웃으며 “단 한번도 그런 적은 없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전화오지 않았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없었다”면서 “간혹 댓글을 통해 반감을 드러내는 독자들은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작품내용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상상의 이야기다. 그냥 이야기로 봐 달라”며 “독자들도 분명 그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30회까지 완성된 ‘스틸레인은 다음주 32회로 막을 내리게 된다. 어떤 결말일까. 김 작가는 “좀 심각한 결말을 생각했었는데 지금같은 시국에서 그런 결말을 내면 난리가 날 것 같다”면서 “원안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고 웃었다.
<황혜진기자@hhj6386>/hhj6386@heraldm.com
